이우종 충북도 행정부지사(연단 가운데) 등이 4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김영환표’ 민선 8기 100가지 공약을 확정·발표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6·1 지방선거 때 내놓은 출산·육아수당, 농업인수당, 효도비 지원 등의 현금 지급성 공약이 대부분 후퇴했다.
충북도는 4일 민선 8기에 시행할 5대 분야, 100가지 ‘김영환표’ 공약을 확정·발표했다. 도는 공약 이행 총예산 규모를 33조1391억원으로 추산하며 김 지사 임기 안에 11조3425억원을 투입한다. 부문별 예산을 보면, ‘미호강 맑은 물 사업’ 등을 추진할 환경 분야가 3조5589억원(31.4%)으로 가장 많고, ‘충북 창업펀드 1천억원 조성’ 등 경제 분야가 2조8604억원(25.2%)으로 뒤를 이었다.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실현이 포함된 문화 분야 예산은 5569억원(4.9%)이다.
현금 지급성 공약은 큰 폭으로 후퇴했다. 출산·육아수당이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선거 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출산·양육 수당을 1순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출산 시 1000만원 일시금 지급, 양육수당(육아수당) 월 100만원씩 5년간 지급’(아이당 총 7천만원 지급)이 뼈대다. 2조4310억원의 사업비는 국비 지원 없이 도비(40%)와 시·군비(60%)에서 전액 조달한다고 당시에 밝힌 바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6·1 지방선거 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출산·육아수당 지급 공약.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누리집 내려받음
이날 발표 내용은 선거 때 공약과는 크게 달랐다. 우선 아이당 지급 총액은 최대 5265만원으로 줄었다. 또한 사업비도 자체 예산이 아닌 국비(아이 한명당 3113만원·59.1%)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나아가 나머지 사업비도 도 부담은 928만원(17.6%)에 그친다. 김 지사 공약 이행 부담을 중앙정부와 기초단체에 떠넘긴 모양새다. 김진덕 충북도 정책보좌관은 “애초 자체 사업으로 공약했지만 국가 시책,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정부 정책과 병행 추진하는 것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애초 연 100만원을 지급하려 했던 농업인 공익수당도 연 60만원, 65살 이상 노인에게 연 30만원씩 주기로 한 효도비는 80살 이상 10만원으로 수정했다. 충북관광공사·충북일자리재단 설립 공약도 전담 조직 설치로 조정했다. 이우종 충북도 행정부지사는 “국세·지방세 등 세수 감소, 공사비·원자재 상승 등 나라 안팎의 재정·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현실에 맞게 다듬었다”고 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재정·여건을 살피지 않고 선거 때 공약을 마구 던져 표를 얻은 것은 선거 도둑의 행태다. 헛공약을 한 김 지사가 직접 사과하고, 도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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