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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름 목놓아 부르다 주저앉았다 “큰 회사 취업 좋아했더니…”

등록 2022-09-27 08:17수정 2022-09-27 14:07

슬픔·탄식 가득한 ‘현대아울렛 화재참사’ 빈소
지난 26일 대전현대아울렛 화재 사고로 숨진 한 희생자의 빈소 모습.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지난 26일 대전현대아울렛 화재 사고로 숨진 한 희생자의 빈소 모습.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속 한번 썩이지 않은 아이, 취업했다고 좋아했는데…”

지난 26일 밤 11시30분께 대전현대아울렛 화재로 숨진 시설관리 업체 직원 이아무개(36)씨의 빈소. 고인의 영정 앞에 국화꽃과 맥주 한 캔이 올려져 있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던 이씨의 작은아버지가 자정이 넘어 슬픔을 가누지 못한 채 대성통곡을 했다. 이씨의 친구들은 새벽까지 빈소를 지키며 며칠 전 고인과 만났던 일을 추억했다.

이씨는 지난 5월 대전현대아울렛 도급 업체인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일을 시작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참변을 당한 것이다. 10여년 전 병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아버지와 함께 살아왔다. 이씨의 아버지는 아들 잃은 슬픔에 정신을 겨우 붙잡고 있다고 했다. 이씨의 고모부는 “성격이 너무 좋았다. 가족들한테도 잘했다. 큰 회사에 취업했다고 가족들이 다 같이 축하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노력 많이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아울렛 안으로 물건을 옮기다 변을 당한 외부물류업체 소속 채아무개(33)씨의 빈소도 비탄에 젖어 있었다. 채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빈소로 발걸음을 옮기다 끝내 주저앉았다. “아들아. 내 아들아”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아들 이름을 목놓아 부르다 무릎이 꺾였다.

충혈된 눈으로 아내를 지켜보던 채씨의 아버지는 “일주일 전 아들이 ‘아빠 좀 어떠냐. 몸 아프지 마시라. 힘들게 일하지 마시라’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목이 메었다. 먼저 보낸 아들은 장손으로 집안의 기둥이었다.

채씨 부모는 경찰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듣고 놀라 아들에게 전화했지만, 아들은 끝내 부모 전화를 받지 못했다. 채씨의 작은아버지는 “병원에 같이 일했던 동료가 왔다 갔다. 연기가 순식간에 밀려와 대피했는데 나와보니 함께 있던 조카가 없었다며 힘들어하더라. 생때같은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형님, 형수님 심정을 누가 알겠나”라며 울먹였다.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로 숨진 희생자 빈소에 화환이 놓여있다. 곽진산 기자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로 숨진 희생자 빈소에 화환이 놓여있다. 곽진산 기자

시설관리 업무를 하다 이번 화재로 숨진 이아무개(57)씨의 영정 앞에서도 망연자실한 유족들이 슬픔을 억누르고 있었다. 이씨의 아내는 취재진에게 “내가 (남편을) 일찍 출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며 자책했다. 하도급업체 소속으로 쓰레기처리 업무를 하다 변을 당한 김아무개(60)씨의 빈소에도 슬픈 적막이 흘렀다. 김씨는 형제를 결혼시키고 부부가 함께 살면서 개점 때부터 이곳에서 일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같은 업무를 하다 숨진 이아무개(71)씨는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일해왔다고 했다.

대전현대아울렛 화재로 숨진 7명은 대전 유성선병원, 대전성모병원, 충남대병원, 대전보훈병원, 대전선병원, 대전중앙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경찰은 26일 밤 늦게까지 유가족들을 만나 조서를 작성했다. 김범식 대전 유성경찰서 강력팀장은 “가족 관계와 사고 사실을 알게 된 경위, 사인을 가리는 부검을 원하는 지 등을 물었다. 유족들의 참담한 심경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대전경찰청 현대아울렛 화재사건 수사본부(본부장 최현석 대전경찰청 수사부장)는 27일 오전 10시 소방·한국전기안전공사·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정밀감식을 한다. 화재가 발생한 지하1층 물류 하역장의 발화 지점을 중심으로 화재 원인이 기계적 결함인지, 실화에 의한 것인지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는 물론 화재 직전 지하1층 하역장으로 들어왔던 1톤 화물차와 화재와의 연관성 등도 집중해 감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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