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아울렛 지하에서 큰불이나 검은 연기가 인근 도로와 주택가를 덮치고 있다. 대전시소방본부 제공
26일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발생한 화재에 따른 사상자 8명은 모두 현대백화점과 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사 직원이거나 물류업체 직원이었다. 이번에도 대형 사고의 희생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었던 셈이다. 소방당국에 화재 소식을 알린 최초 신고자도 도급업체 직원으로 동료들의 대피를 돕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소방관들에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26일 대전 소방당국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7시45분께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발생한 화재에 따른 사상자는 모두 8명이다. 모두 발화한 지하1층에서 당직했거나, 개장 준비를 하던 시설관리, 청소, 미화 분야 하도급회사 직원(6명)이거나 물류업체 직원(2명)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직후 부터 오후 4시께까지 서쪽 여자탈의실, 주차장, 하역장, 지하1층 서쪽 등에서 이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아무개(67)씨 등 7명은 숨졌고 나머지 한 명인 박아무개(41)씨는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망자 중 3명은 탈출을 시도한 듯 화물승강기 옆에서 나란히 발견됐다.
의식불명 상태인 시설직원 박아무개씨는 화재 소식을 가장 빨리 소방당국에 신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승한 대전 유성소방서 대응2단장은 “박씨는 첫 구조 요청자다. 화재 발생 당시 방재실에서 건물 폐회로텔레비전을 보면서 건물 안에 있는 이들을 대피시키다 쓰러져 구조대에 발견됐다”고 전했다. 다른 이들의 탈출을 돕다 위독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얘기다.
화재 현장은 물류 상하차를 하는 곳으로, 의류 등 적재물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은 진화와 실종자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기차 관련 화재,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워낙 빠르게 번지면서 선착대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폭발에 의한 화재라는 추정이 나왔다. 폭발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화재 발생 보고를 받고 행정안전부장관, 소방청장, 경찰청장에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화재진압에 최선을 다하여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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