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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전두환 동상, 노태우 동상 근처로 이사온 사연은?

등록 2021-11-24 14:34수정 2021-11-24 16:30

충북도, 2015년 전·노씨 동상 관광 목적 세워
전씨 동상 훼손 등 풍파에…관리실 인근 노씨 동상 근처로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개방된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씨 동상. 앞뒤로 나란히 배치된 동상은 군부 요직에 이어 대통령직까지 나눠가진 둘의 인생역정이 겹쳐 보인다.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개방된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씨 동상. 앞뒤로 나란히 배치된 동상은 군부 요직에 이어 대통령직까지 나눠가진 둘의 인생역정이 겹쳐 보인다.

전직 대통령 노태우, 전두환씨가 잇따라 숨을 거두면서 옛 대통령 휴양지 청남대 안에 나란히 있는 전·노씨 동상이 눈길을 끈다. 애초 두 동상은 1㎞ 남짓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만, 10m 남짓 지척으로 운명처럼 가까워졌다.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지난 6월 전씨 동상을 노씨 동상 옆으로 이전·설치했다. 두 동상이 선 곳은 청남대관리사업소 바로 뒤쪽이다. 걷는 듯, 선듯한 전씨 동상 뒤에 걷는 모습을 형상화한 노씨 동상이 있다. 앞서가는 전씨를 노씨가 따르는 것처럼 보여, 군부 요직에 이어 대통령직까지 나눠 가진 전·노씨의 ‘따로 또 같이’ 인생역정이 겹쳐진다. 전씨 동상 바닥엔 ‘위민위향’(국민과 고향을 위한다), 노씨 동상 바닥엔 ‘위충진명’(목숨을 다해 나라에 충성’이란 글과 사인이 새겨져 있다.

전·노씨 동상은 지난 2015년 충북도가 청남대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설치했다. 충북도는 당시 이승만~이명박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청남대 안 곳곳에 설치했다. 애초 전씨 동상은 전씨가 즐겨 찾던 오각정 앞에, 노씨 동상은 청남대관리사업소 바로 뒤에 배치했다.

‘5·18 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이 지난 6월 두 동상 앞에서 전씨에게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5·18 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이 지난 6월 두 동상 앞에서 전씨에게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두 동상이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시민단체 등의 동상철거 운동이다.

전국의 5·18민주화운동 단체 등 시민단체 20여곳이 꾸린 ‘5·18 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국민행동) 등의 잇따른 철거 요구 속에 지난해 11월19일 황아무개(50)씨가 전씨 동상 목 부분을 쇠톱으로 훼손했고, 충북도는 전씨 동상을 노씨 동상 곁으로 이전했다. 두 동상이 있는 곳은 청남대 관리사업소 바로 뒤여서 관리가 용이하다.

전두환 역사적 과오, 죄명 표지판.
전두환 역사적 과오, 죄명 표지판.

노태우 역사적 과오, 죄명 표지판.
노태우 역사적 과오, 죄명 표지판.

국민행동 등은 전·노씨 동상철거를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충북도는 동상 옆에 역사적 과오를 담은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전씨 동상 표지판엔 ‘군사반란 주도, 권력 장악’(12·12사태), ‘계엄군 동원 5·18 민주화 운동 무력 진압’ 등 과오와 반란수괴·내란수괴·뇌물 등 9개 죄목으로 무기징역, 추징금 2205억원 확정 뒤 특별 사면이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노씨 표지판에도 비슷한 과오와 죄목 등을 담았다. 정지성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친구로, 반란동지로, 학살주범으로 함께 한 둘이 한달 사이로 명을 다하는 것을 보면 둘의 운명과 질긴 연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떨어져 있던 두 동상이 운명처럼 가까워진 것도 놀랍다. 역사의 단죄 없이 저세상으로 간 것은 분하고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행동은 전·노씨 동상철거와 함께 새 동상 공모를 추진할 참이다. 정 대표는 “5·18 학살주범이 세상을 활보하는 듯한 지금 동상은 마땅히 철거돼야 한다. 내년 5·18 때까지 청년 작가 등을 대상으로 역사의 죄인인 전·노씨 새 동상 공모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동상이 있는 청남대는 전씨 지시로 지난 1983년 12월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변에 조성됐다. 335필지 182만5647㎡(55만평)에 건물 52동, 골프장·양어장·수영장·산책로 등을 갖췄으며, 전·노씨 등 역대 대통령이 89차례 472일을 이용했다. 2003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개방됐으며, 지금은 해마다 100만명 안팎이 찾는 국민 휴양지가 됐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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