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동생이 맡긴 10살 조카를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는 ‘물고문’을 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가 피해자에게 개의 대변을 억지로 먹게 하고 물고문하는 등 학대 동영상이 8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조휴옥) 심리로 이날 열린 이 사건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모 ㄱ(34·무속인)씨와 이모부 ㄴ(33·국악인)씨가 조카 ㄷ(10) 양을 학대하면서 직접 찍은 동영상 13건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1월16일부터 ㄷ양이 숨진 2월8일 직전까지 학대한 장면이 담겨 있었으며, 이모 부부가 직접 촬영했다.

검찰이 공개한 첫번째 영상은 1월16일 오후 4시께 촬영한 것으로, 어깨와 허벅지 부분에 새파랗게 멍이 든 ㄷ양이 알몸 상태로 욕실 바닥에서 빨래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공개한 1월20일 오후 1시 26분께 촬영한 영상에는 ㄱ씨가 ㄷ양을 대형 비닐봉지 안에 들어가게 한 뒤 그 안에 있던 개의 대변을 먹도록 하는 장면이 담겼다.

1월24일 동영상 속 알몸상태의 ㄷ양은 걷기가 불편한 것처럼 뒤뚱거리고, 욕실 안 비닐봉지를 정리하면서 허리를 숙이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사망 직전인 2월7일 오전 6시10분께에는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드는 벌을 받던 ㄷ양이 왼팔을 제대로 들지 못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검찰은 “늑골이 부러진 ㄷ양이 팔을 제대로 들지 못해 오른손으로 왼손을 잡아 드는 식으로 버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ㄱ씨 부부는 이후 ㄷ양을 욕실로 끌고 가 발을 빨랫줄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물고문을 연상시키는 학대 행위로 ㄷ양을 숨지게 했다. 사망 당시 물고문 동영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 감정인은 동영상 마지막 부분의 ㄷ양은 거의 죽을 만큼 구타를 당한 상황에서 물고문 행위를 몇 차례 당한 뒤 사망하는데, 이런 점에 미뤄보면 병원에 갔더라도 소생 가능성이 작았을 것이라고 소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살인과 아동복지법의 신체적 학대 혐의로 구속기소된 ㄱ씨 부부는 ㄷ양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귀신 들린 것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려 귀신을 쫓기 위한 행동들이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영상 촬영 이유에 대해 “친모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실제로 친모에게 전달한 동영상은 거의 없고 사진만 일부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8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현재 ㄷ양 친모도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ㄱ씨 부부에게는 12살과 5살, 2살 등 세 자녀가 있는데, 이 가운데 두명은 큰이모 집에서, 막내는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