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2차 총궐기가 있었던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북동부 샨주 타웅지에서 경찰이 반쿠데타 시위 참가자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타웅지/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군부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얀나잉툰과 소모뚜를 군 명예훼손 혐의로 지명 수배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만나서 미얀마 상황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다.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는 25일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사쿠데타 반란세력이 이틀 전 국영신문을 통해 미얀마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군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소모뚜 등 공동대표 2명을 지명 수배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미얀마 국내를 통해 받은 현지 신문에는 소모뚜 주한 미얀마 노동복지센터 운영위원장과 얀나잉툰 민족민주연맹(NLD) 한국지부장의 한국 내 직함과 함께 이들의 나이, 주소, 가족 관계와 함께 혐의 내용 등 수배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 실렸다. 미얀마 군부는 현지 신문에서‘소모뚜 등이 경기도지사인 이재명을 만나서 미얀마 상황을 국제사회가 오해할 수 있도록 왜곡해서 이야기했고 군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지난 2일 정범래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 등과 함께 경기도청을 방문해 이재명 경기지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국내 미얀마 출신 등록 외국인의 절반가량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큼 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경기도에는 전국 미얀마 출신 등록 외국인 2만4985명 중 약 45%가량에 달하는 1만1305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96%가량이 제조업 등 사업체가 많은 지역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미얀마는 40여년 전 5월의 광주다. 국민 스스로 만든 정부를 무력에 의해 전복하고 군사정권 지배체제로 만드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인류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며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과 은폐가 있었으나 민중들의 투쟁으로 제대로 된 민주 시스템을 갖췄는데, 미얀마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민중들의 의지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모뚜 공동대표는 이에 “앞으로 미얀마 국민이 군부정권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경기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 지사는 참석자들과 함께 미얀마 민중의 저항을 상징하는 ‘손가락 3개 경례(Three-finger salute)’를 함께 하기도 했다.
자신의 2번째 수배소식을 전해 들은 소모뚜 공동대표는 “미얀마 군사쿠데타 반란세력에 의해 다시 수배된 것이 영광이다. 수배한다는 것은 그만큼 군사쿠데타 반란세력에 우리가 위협되는 것 아니냐.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소모뚜 등은 지난달 초 군부 쿠데타 사건 발생 직후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를 결성해 군부 규탄 시위 및 성명 발표하고 지난달 공무원 등 현지 시위대 지원을 위해 2억5천만원의 성금을 모금해 미얀마 국내로 송금했다가 군부에 의해 수배를 당한 바 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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