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새도시 광명·시흥지구 후보지 땅투기 의혹을 제기한 지 3주 만에, 공직자가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선 게 확실해 보이는 사건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무원이 속해 있던 경기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기도 투자진흥과 서비스산업유치팀장(5급)을 맡고 있던 김아무개씨는 2018년 10월16일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4개 필지의 대지 1559㎡를 4억7천만원에 사들였다. 1개 필지는 자신의 돈으로, 3개 필지는 은행대출(3억원)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 땅 매입은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와는 다른 ‘비밀스러운 투기’로 의심할 정황이 여럿이다. 본인 명의가 아닌 부인이 대표로 있는 ㅎ산업이 매입 주체란 점이 대표적이다. 부동산임대업과 개발, 매매 등을 담당하는 부동산회사로, 김씨는 경기도청에서 퇴직한 뒤 지난해 8월 이 회사 감사로 취임했다. 김씨가 이 땅을 매입한 시점은 정확히 경기도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유치를 공식화한 때(2019년 2월)보다 4개월, 사업계획이 발표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주민공람공고가 이뤄지는 2019년 3월29일보다는 5~6개월 앞선 때다.
매입한 땅이 수용지에 맞닿아 있어,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를 곳이란 점도 의심을 부채질한다. 원삼면 한 주민은 “산업단지에 편입될 걱정이 없는 땅이다. 지금은 호가가 평당 500만원 정도인데 실제 개발계획이 최종 승인되면 값이 어느 정도 뛸지 모른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기업투자 유치를 담당하던 김씨가 2018년 초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알게 된 것으로 본다. 2018년 1월 에스케이(SK)건설이 용인시에 산업단지 물량 배정을 요청하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고, 1월16일 김씨가 이에 대해 남경필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서를 냈다는 것이다.
김씨는 애초 경기관광공사 직원으로 입사해 테마파크 유치 등에서 수완을 발휘하면서 눈에 띄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인 2009년 5월 경기도 테마파크사업 추진 담당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그는 남경필 도지사 시절인 2014년 계약기간이 5년 연장되면서 2019년까지 10년을 근무한 뒤 퇴직했다.
경기도는 이번 사안이 전임 지사 재임 시절 일이라면서도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김씨가 근무 당시 경기도의 프리미엄 아울렛, 테마파크, 산업단지 등 담당한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아울러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에 관여했던 투자진흥과와 산업정책과 전·현직 직원과 김씨와 함께 근무했던 전·현직 공무원을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원삼면주민통합대책위원회 쪽에서는 “투기가 있었다면 반도체클러스터 계획이 발표된 2019년 2월 이전에 이미 다 끝났고, 김씨처럼 차명거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장조사를 통한 차명거래 여부와 근저당 설정 내용 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날 오전 어머니 이름으로 땅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은영 하남시의원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시의원은 2017년 4~10월 하남시 천현동 4개 필지 3509㎡(1063평)를 어머니 명의로 사들였다가 이 땅이 교산새도시로 편입되면서 2배가량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하남시는 김 의원 남편 명의의 천현동 4개 필지 2477㎡를 현장 조사해 그린벨트 임야가 밭으로 불법 형질변경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김 시의원은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자 소속 정당이던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했다.
홍용덕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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