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가 지난 2월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0살 조카를 마구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는 등 학대를 해 숨지게 한 무속인 이모가 “조카가 귀신에 들렸다”며 이를 쫓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원호)는 살인,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숨진 ㄱ(10) 양의 이모 ㄴ(34·무속인)씨와 이모부(33·국악인)를 구속기소 했다고 7일 밝혔다. ㄴ씨 부부는 지난 8일 오전 11시 20분께부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자신들의 아파트 화장실에서 ㄱ양의 손발을 빨랫줄과 비닐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30분 이상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숨지기 전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폭행과 학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20일에는 ㄱ양에게 자신들이 키우던 개의 배설물을 강제로 핥게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이런 엽기적인 학대 행위는 본인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기록이 발견되면서 들통났다. ㄴ씨 부부가 촬영한 해당 동영상에는 ㄴ씨가 ㄱ양에게 “귀신이 들렸으니 쫓아야 한다”는 등의 말을 여러 차례 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ㄱ양의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속발성 쇼크 및 익사로 나타났다. 속발성 쇼크는 외상 등 선행 원인에 이어 발생하는 조직의 산소 부족 상태가 호흡곤란을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ㄱ양의 주검에선 광범위한 피하출혈이 발견됐고, 갈비뼈 일부도 골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런 부검 결과를 토대로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 살인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ㄴ씨 부부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ㄱ양의 친모 ㄷ씨에 대해 계속 수사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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