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수도권

“죄책감없이 점점 잔혹”…이춘재 ‘범행 과시’ 사이코패스

등록 2020-07-02 10:48수정 2020-07-02 22:08

[30여년 만에 재수사 결과 발표]
군 복무 뒤 무력감…여성 상대 범행
화성 등 14명 살해·34건 성범죄 밝혀
강압·부실 수사 10명 입건 ‘시효 만료’
경찰 “억울한 옥살이 윤씨 등에 사죄”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청 본관 5층 강당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배 청장은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손해를 입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청 본관 5층 강당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배 청장은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손해를 입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2일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연쇄살인범’ 이춘재는 내재한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와 살인을 저지르다 가학적이고 잔혹한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이번 수사에서 당시 수사 참여 경찰과 검사 등 10명이 입건되는 수사기관의 부실·강압 수사도 여실히 드러났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2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청 본관 5층 강당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배 청장은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아무개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30여년간 범인의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던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당시 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디엔에이(DNA)가 처제 살해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의 재수사에서 이춘재는 화성 일대에서 14명을 살해하고 34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5건의 살인사건 현장에서 나온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디엔에이가 검출됐다. 나머지 9건은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범행 현장의 세밀한 묘사나 살해 과정 등을 진술하는 등 자백의 신빙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성범죄 34건의 경우, 9건은 입증 자료가 충분히 확보됐다. 경찰은 나머지 25건 역시 이춘재의 실제 범행으로 보고 있지만, 살인사건과 비교해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해 추가 혐의를 밝혀내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러가 투입된 사이코패스 평가에서 이춘재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춘재는 재수사 초기 당시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심리상당 등을 통해 범행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자신의 건강 및 교도소 생활만을 걱정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며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15일∼1991년 4월3일까지 화성시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 내 4개 읍·면에서 13∼71살 여성 10명을 상대로 벌어진 엽기적 연쇄살인 사건이다.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 수사를 비웃듯 반복돼 경찰은 물론 온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건 해결을 위해 동원된 경찰은 연인원 205만여명이고, 수사대상자는 2만1280명, 용의자는 3천명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3차례 경찰조사를 받았던 ㅊ(당시 38살)씨는 1990년 3월 열차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또 1991년 4월 10차 사건 용의자였던 ㅈ(당시 32살)씨 역시 아파트 4층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7차 사건 용의자로 몰렸다 풀려난 ㅂ씨도 아버지 무덤 근처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특히 4차와 5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경찰에서 고문 등 강압수사를 받은 김아무개씨는 후유증에 시달리다 1997년 스스로 생을 내려놓는 등 2차 피해도 속출했다. 뿐만 아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4명은 일선에서 물러난 뒤 과도한 스트레스로 숨져 경찰에 커다란 자괴감을 안겨줬다.

이에 경찰은 공소시효 만료 이후에도 수사를 계속해왔다. 1년에 10여건 이상의 제보가 들어왔고, 지난 6월께 유의미한 제보를 받은 경찰은 그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유전자분석기술을 수사에 동원해 개가를 올렸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윤아무개(53)씨가 지난해 11월13일 재심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8차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박아무개(당시 13살)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 사건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과 담당 검사 등 8명을 직권남용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했다.

또 이춘재의 범행으로 밝혀진 초등학생(당시 8살·1989년7월7일 사건) 살인사건을 담당한 당시 경찰관 2명도 입건해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했다. 이들 경찰관은 피해자의 주검 일부와 증거물을 발견하고도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덕유산 ‘눈꽃 명소’ 상제루…2시간 만에 잿더미로 1.

덕유산 ‘눈꽃 명소’ 상제루…2시간 만에 잿더미로

서울시, ‘극한기후’로 일 못하는 일용직 건설노동자에 ‘안심수당’ 2.

서울시, ‘극한기후’로 일 못하는 일용직 건설노동자에 ‘안심수당’

서울시 밤 9시부터 올해 첫 한파경보…계량기 동파 경보 3.

서울시 밤 9시부터 올해 첫 한파경보…계량기 동파 경보

광화문 광장 태극기 대신 6·25 조형물...오세훈의 ‘호국보훈’ 집착 4.

광화문 광장 태극기 대신 6·25 조형물...오세훈의 ‘호국보훈’ 집착

“제주항공 사고 영상은 CG” 괴담 유포 60대, 세월호 때도 같은 짓 5.

“제주항공 사고 영상은 CG” 괴담 유포 60대, 세월호 때도 같은 짓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