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7월1일부터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 공원의 용도를 폐지하는 이른바 ‘도시공원 실효제(일몰제)’가 시행된다. 이 제도 시행에 앞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에 이르는 전국의 미조성 공원이 일단 공원 용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토지 소유주 간 보상 등 재산권 갈등, 공원 조성에 필요한 지자체의 재정 부담 가중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하다.

■ 지자체, 도시공원 실효 막기 고육지책

‘도시공원 실효제’는 지자체가 공원 용지(도시계획시설)로 지정했으나 20년 동안 매입하거나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으면 공원 용지 결정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다. 지자체마다 도시공원 실효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인천시는 20년 이상 조성되지 않은 공원 48곳 6.18㎢에 대한 실시계획인가를 모두 완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 2.92㎢(36곳)는 시 재정사업으로, 0.57㎢(4곳)는 민간특례사업으로 각각 공원으로 조성된다. 국공유지 2.69㎢(9곳)는 관련법 개정에 따라 자동으로 2030년까지 10년 실효가 유예됐다. 지방채 발행과 민간투자 방식으로 보상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118.5㎢(132곳·2000년 기준) 중 69.2㎢를 도시관리계획상 용도구역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변경했다. 이는 법적으로 실효 대상인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을 실효 기간이 없는 도시관리계획상 ‘용도구역’으로 바꿔 실효제 적용을 피한 것이다.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임차공원’ 형태로 도시공원 일부를 존치했다. 임차공원은 도시공원 토지 소유주와 용지 사용계약(무상)을 맺는 방식이다. 화지공원 41만㎡ 가운데 37만㎡, 금강공원 309만㎡ 가운데 개인 소유 1만2천㎡를 3년간 무상으로 임차했다. 또 부산시는 도시공원 13곳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토지를 먼저 매입하고, 시가 5년 동안 나눠 내는 ‘토지은행제’도 활용했다.

■ 일단 실효 위기 넘겼지만…불씨는 여전

일단 실효 위기는 넘겼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당장 토지 보상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이 문제다. 실시계획인가를 받은 뒤 5년 내 토지 매입을 완료하지 않으면, 인가가 취소돼 공원 효력을 잃는다. 이 때문에 지방채 발행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지자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인천시는 2022년까지 공원 48곳 조성사업에만 564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토지 보상비 확보를 위해 지방채 1495억원을 발행했으며, 추가로 1천억원가량을 더 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도 막개발이 우려되는 도시공원 용지 매입을 위해 4천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으며, 대전시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139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그나마 국토교통부가 지방채 발행 때 이자의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도시공원 확보 방안으로 활용한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부담이다. 20년 이상 공원을 만들지 않아 원래 용도대로 쓸 수 있게 풀어주는 대신, 개발제한구역처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어 재산권 행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강훈호 전국도시공원피해자연합 대표는 “개발제한구역처럼 용도구역으로 묶여버리면 영영 매수할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토지주를 모집해 서울시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 특혜 시비 부른 민간특례사업

전국 각지에서 민간특례 개발이 추진되면서 토지주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도시공원 개발행위 특례사업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간의 부담으로 공원을 짓고, 일부 용지를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5만㎡ 이상 도시공원 용지의 70%에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나머지 30%는 민간사업자가 공동주택 등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전의 경우 특례사업이 무산된 매봉공원과 월평공원 갈마지구 사업자가 대전시를 상대로 행정소송도 제기해 법정다툼으로 비화했다. 충남은 천안 일봉산공원 등 3곳을, 인천은 연희공원 등 4곳을 민간특례사업지로 선정했다. 이경훈 인천 연희공원 특례사업 주민대책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40년 이상 재산상의 피해를 본 토지 소유주의 권리를 철저하게 무시한 채 민간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며 특례사업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재정난을 호소하는 지자체들은 법적 실효 시기만 10년 유예한 국공유지를 아예 ‘실효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청주 서원)은 실효되는 도시공원 용지 매입 비용의 70% 범위 내 보조, 지방채 상환 최대 30년 연장 등이 담긴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정하 김광수 오윤주 최예린 서혜미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