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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 한양도성 진입차량 ‘배출가스 등급별 통행료’ 검토

등록 2020-01-31 05:00수정 2020-01-31 07:25

시, ‘녹색혼잡통행료’ 도입 검토
사대문안 들어오는 차량 대상
일괄 부과 아닌 ‘차등 부과’ 방식
2014년 관련 연구 2천~1만원 검토
“대기오염·교통체증 동시해결” 불구
10년간 도입 실패…사회 합의 필요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욱한 서울 강남의 한 도로.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욱한 서울 강남의 한 도로.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시가 한양도성(사대문) 안 녹색교통진흥구역에 들어오는 자동차의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통행료를 부과하는 ‘녹색혼잡통행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가 배출가스 등급을 고려해 도심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최근 서울연구원에 의뢰해 녹색혼잡통행료에 대한 연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교통·환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녹색혼잡통행료가 상당히 공론화돼 있다”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조처 등을 살펴보기 위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혼잡통행료가 도심 등 교통혼잡 지역에 들어서는 차량에 통행료를 일괄적으로 부과해 교통 통행량을 줄이는 안이라면, 녹색혼잡통행료는 교통수요뿐만 아니라 환경요인을 고려해 환경에 유해한 차량에 요금을 더 할증하는 제도다.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배출가스 1등급)에는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휘발유차·가스차·경유차(배출가스 1~5등급) 등에 대해선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식이다.

녹색혼잡통행료를 도입한다면, 요금은 서울시가 2014년 혼잡통행료 관련 연구를 벌일 때 검토한 수준을 준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시 시는 혼잡통행료 부과가 가장 적절한 지역으로 한양도성 안(면적 16.7㎢)을 꼽으며 요금은 최소 2천원에서 최대 1만원 안을 검토했다. 한양도성 안 교통량을 30% 줄이려면 요금은 8천원이 적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유럽 순방에서 녹색혼잡통행료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시청에서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과 만나 “최근 칸 시장님과 관련해 두개의 뉴스를 감동적으로 봤다”며 “하나는 런던 전체를 국립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저배출구역’을 운영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은 지난해 4월부터 런던 중심 교통 혼잡구역(21㎢)을 ‘초저배출구역’으로 지정해 2015년 9월 이전에 등록된 디젤차량이 이 구역에 진입하면 ‘독성 요금’으로 12.5파운드(약 1만9천원)를 부과하고, 혼잡통행료 11.5파운드(약 1만7천원)도 추가로 내게 하고 있다. 노후 경유차량이 런던 도심으로 출퇴근하면 우리 돈으로 하루에 약 3만6천원을 내는 셈이다. 녹색혼잡통행료와 비슷한 개념이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다. 녹색혼잡통행료에 앞서 혼잡통행료도 10년 전부터 서울시가 도입을 검토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황보연 도시교통실 실장은 “최근 녹색진흥구역에 5등급 차량을 운행제한한 터라 또 다른 통행제한 정책을 시행하기에는 사회적 수용에서 한계가 있다”며 “사회적 공론화는 계속 진행해야 하지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녹색혼잡통행료는 미세먼지 문제와 도심 교통체증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도시개발경영학과)는 “녹색혼잡통행료는 자동차 대기오염과 교통량을 동시에 줄이기 위한 교통정책이자 환경정책”이라며 “제도 도입은 수용성 문제가 있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외국 환경 선진국에 견주면 최소한의 조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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