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와 이국종 교수가 경기도 닥터헬기 취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간호사 인건비 등을 놓고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 병원 사이에 빚어진 갈등의 이면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졸속으로 출범한 외상센터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16개 시·도에 1곳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외상센터 건립이 바뀌면서 인구 900만명인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와 인구 60만인 제주도권역외상센터가 인구 편차에 따른 고려 없이 일률적인 규모와 지원 속에 들어선 것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21일 경기도와 전국 외상센터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16년 문을 연 아주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아주대 외상센터)는 453억원을 들여 100병상 규모에 358명의 전담인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는 중환자실 20병상과 외상 병상 40병상 등 60병상에 80억원의 국비 지원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는 오는 3월 개원하는 제주 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와 같은 수준이다. 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 역시 60병상 규모에 국비 80억원이 지원됐다. 인구 900만명에 이르는 경기 남부지역과 인구 60만명인 제주권역에 같은 국비를 지원할 터이니 똑같은 규모의 외상센터를 각각 1곳씩 운영하라는 말과도 같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석해균 선장 치료 사건으로 외상센터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보건복지부가 2000억원을 들여 당시 전국 16개 시·도에 1개씩 외상센터를 건립하겠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애초 보건복지부는 전국 6개 권역에 6000억원을 들여 외상센터와 헬기 2대 등의 이송센터를 갖춘 중중외상센터 6곳을 추진했으나 당시 기획재정부가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반대해 16곳으로 바뀌었고 지원 규모도 균일했다.
경기도는 그러나 당시 정부의 이러한 일률적 지원이 인구 등 외상센터 수요를 따지지 않은 것이라며 결국에는 외상센터를 60병상에서 100병상으로 늘리도록 건립비 200억원을 도비로 지원했다. 또 2018년에는 닥터 헬기 도입을 위해 51억원을 지원했다.
인구 편차를 무시한 채 외상센터를 세운 결과, 2017년 6월 기준으로 아주대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 병상가동률은 175%에 이르렀지만, 나머지 센터들은 80%를 채우지 못했다. 인구 과밀지역에는 외상환자 급증으로 병실이 부족하지만, 비수도권지역은 병실이 남는 상태다.
실제로 아주대 외상센터는 개원 2년만인 2018년 53건(719시간), 2019년 40건(527시간)을 각각 병실이 부족해 외상센터를 일시폐쇄(바이패스)할 정도로 환자가 폭증했다. 반면,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외상센터 중환자실의 병실 가동률의 경우 경북대병원은 81.2%, 안동병원은 81.2%에 그쳤다. 외상센터가 1곳뿐인 경기 남부지역의 인구는 900여만명이지만 인구 710만여명인 대구·경북은 외상센터가 2곳이다.
경기도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외상센터를 한다면서 16개 시·도로 쪼개 나눠주기 식으로 추진한 것은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다. 의사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교육이 어려운 데다 병원은 병원대로 비수도권에서는 적자고 수도권은 몰리는 환자로 간호인력과 병실 부족으로 아우성인 것이 그때 이미 태어났다. 지금이라도 인구 편차를 고려해 정부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아주대 외상센터에서 간호사 인력 지원예산의 전용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자 지난해 10월28일 보건복지부에 권역외상센터 지원예산을 보건복지의 직접 지원이 아닌 광역자치단체를 경유하도록 해달라고 건의했으나 묵살됐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응급의료 분권화를 말하면서도 정작 지방정부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외상센터를 관리 감독하겠다고 해도 외면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허호준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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