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여주공공산후조리원에서 산모들이 요가 교사의 지도에 따라 산후 요가를 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김아무개(39)씨는 2주 전 넷째 아이를 경기도 수원에서 출산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은 집에서 2시간 거리인 여주에 있는 곳으로 택했다. 공공산후조리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설조리원은 비싸서 부담 된다”며 “나머지 세 아이의 양육비에 보탬이 될까 해서 멀지만 공공산후조리원이 있는 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일대의 산후조리원 2주 특실 이용요금이 2500만원을 기록한 시대에 공공산후조리원이 임신부 등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이후 경기여주공공산후조리원을 거쳐 간 산모는 모두 70명이다. 연말까지 남은 두달 동안 입소 대기자도 67명에 이를 정도로 산모들 사이에선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용자의 44.3%(31명)는 김씨처럼 수원·화성·시흥·성남시 등 여주 이외의 지역에서 온 산모들이었다. 공공산후조리원은 공공이 관리하는데다 사설 산후조리원에 견줘 이용요금이 최대 65%나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주 동안 이곳을 이용한 김씨의 이용요금은 84만원이다. 경기도 사설 산후조리원의 평균 요금이 24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156만원이나 절약한 것이다. 물론 김씨는 셋째 이상 다자녀 출산 등에 따라 50% 요금 감면을 받은 경우지만, 기본요금인 168만원도 사설 조리원보다 30% 싼 수준이다.
신생아 감염 예방을 위해 경기여주공공산후조리원 입구에 설치된 에어 샤워 시설. 홍용덕 기자
시설도 사설 산후조리원 못지않다. 이곳에 들어서면 에어 샤워와 신생아 음압격리실 등의 감염예방시설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 만난 산모들은 “산모 회복 프로그램이 훌륭하고, 양질의 식단도 마음에 든다”고 입을 모았다. 신정희 여주보건소 지역보건팀장은 “비용 문제를 떠나 산모에게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모자동실에서 산모와 신생아의 유대관계를 높이는 일은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전국적 확대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현재 전국의 산후조리원은 564곳으로 이 가운데 공공산후조리원은 경기 여주를 비롯해 전국에 7곳(1.2%)에 불과하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약에 따라 공공산후조리원 신설에 나선 경기도는 20억원의 건축비와 연간 운영비 10억원 가운데 70%를 여주시에 지원한 데 이어 포천에서도 공공산후조리원을 추진 중이다. 또한 산후조리원이 없는 과천·동두천시와 연천·가평군 등을 상대로 내년 추가 확대를 위해 신청을 받았으나 아직 신청한 곳은 없다.
이는 대부분의 시장·군수들이 공공산후조리원 건축비와 운영비에 부담을 느끼는데다 사설산후조리원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영성 경기도 보건정책개발팀장은 “저출산 시대 출산 장려는 물론 취약계층 산모와 신생아의 공정한 출발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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