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놓고 떠난 친모에 대해 경찰이 입건 전 조사에 나섰다. 이번 사례는 감사원이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유령 아동’ 사례를 집중 조사하다 파악됐다.
인천경찰청 여청수사대는 28일 30대 중반 ㄱ씨를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 2015년 11월 딸 ㄴ양을 계양구의 한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ㄴ양은 현재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보호시설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례는 감사원이 출생 미신고 아동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집중 조사한 인천 사례 3건 중 하나다. 경찰은 나머지 2건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당초 사건을 담당했던 계양경찰서는 ㄱ씨의 아동유기 혐의와 관련해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고 판단,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확인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아동학대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에서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와 같은 아동학대 공소시효는 아이가 성인이 된 뒤 계산하기 때문에 관련 혐의를 적용해 입건 전 조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계양서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인천경찰청 여청수사대는 사건을 이송받아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ㄱ씨에게 실제 아동유기 혐의가 적용될지는 따져볼 부분이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고 떠나는 것을 유기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창모 부장판사는 지난 2022년 7월13일 영아유기 혐의로 기소된 ㄷ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ㄷ씨는 2018년 7월과 2021년 4월 서울의 한 교회의 베이비 박스에 자신의 아기를 두 차례 놓고 떠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교회에는 보호하는 아기들을 돌보고 새로 맡겨지는 아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사람이 상주하고 있었다”며 “ㄷ씨도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놓고 장소를 이탈한 것이 아니라 담당자와 상담을 거쳐 아이들을 공동체에 맡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한편, 여청수사대는 지난 2월 자신들의 아이를 주로 집에서만 지내게 해 사회와 단절시킨(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아이의 부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이들 부모는 지난 2011년 경기 의정부에서 ㄹ(12)군을 낳은 뒤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집에서만 양육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ㄹ군은 생애 주기별 예방 접종을 전혀 받지 못했고, 유치원·초등학교 진학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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