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 1월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북사업 과정에서 북한에 800만 달러를 송금하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첫 재판에서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관련된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등의 변호인은 26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의 기본적인 입장은 불법 영득 의사가 없고 법적으로 횡령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라며 횡령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김 전 회장 등은 쌍방울 그룹 임직원 명의로 세운 5개 비상장회사 자금 538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전 회장 변호인은 횡령 혐의와 관련해 “비상장사가 각 대표들에게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지급한 자금을 (김성태 피고인이 사용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는데, 이 자금의 원천은 김성태 피고인 재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것”이라며 “자신이 대출받아 자신(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비상장사)이 사용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범죄 일람표 기간인)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피고인 김성태는 대표이사 단기대여금으로 자금을 인출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변제를 해 2021년 12월 기준 단기대여금 잔액은 합계 196억원 상당이었다”며 “2022년에도 계속 변제해 2022년 12월 기준 잔액은 합계 156억원으로 상당 부분 변제했다. 더욱이 이 시기 김성태는 비상장사들에 대해 합계 489억원의 단기차입금 채무를 가지고 있어 채권으로 단기대여금 채무를 상계하는 방법으로 상환할 수 있으므로 비상장사에게 재산상 손해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회장 변호인은 ㈜쌍방울 자금 30억원을 횡령하거나 쌍방울 그룹 계열사를 부당지원(배임)한 혐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법이나 공시 업무 등 실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한편, 김 전 회장 변호인은 이 전 부지사와 관련된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2억6000만원 포함)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경기도를 대신해 800만 달러를 북한 쪽 인사에 건넸다는 혐의도 있다. 변호인 쪽은 “현재 피고인은 뇌물, 외국환거래법 관련으로 계속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변호인 접견도 잘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니 검찰이 입증 계획 세우면 변호인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다.
재판에 출석한 김 전 회장은 발언권을 얻은 뒤 “변호인단과 상의해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며 “(함께 기소된) 양선길과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는 각각 사촌 형, 매제 관계로 모두 저의 지시를 받고 일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수많은 사람이 구속되고 압수수색이 됐다. 이런 부분 재판부에서 참작해달라”고 언급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