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전세사기로 세입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18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에 피해를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문구들이 붙어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가구 중 대부업체로 채권이 넘어간 집이 635가구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가구의 ‘경매 유예’에 들어갔지만 이들 피해 가구는 전세사기 지원 대책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21일 인천시가 파악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 현황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가구 중 대부업체가 채권자인 곳은 전체 피해 가구 2479가구의 25.6%인 635가구로 나타났다. 보통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은행권은 부실률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채권을 대부업체에 넘긴다.
전세사기 의심 피해 사례는 인천 미추홀구뿐 아니라 화성 동탄, 구리 등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1056건의 피해 상담이 이뤄졌다. 상담 유형으로는 보증금 미반환이 가장 많고 경매 낙찰 문제, 비정상계약 등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신고되는 피해는 대부분 ‘깡통전세’ 형태에 가깝다. 이날까지 경찰에 91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된, 임대인 장아무개(50)씨 부부가 동탄 등지에서 사들인 오피스텔은 모두 253채에 달한다. 피해자들과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계약 대다수가 전세가가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역전세’ 매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2021년 전세를 낀 오피스텔을 1억1천만원에 사들인 장씨는 이듬해 임차인 유아무개(31)씨에게 1억3천만원에 전세를 내놨다. 유씨는 “사건이 터지고 같은 처지의 피해자들을 만나보니 1천만~1500만원 정도 역전세인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는 이미 전세가가 많이 올랐던 상태라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전세금을 떼인 세입자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진경찰서는 부산진구 전포동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 20명이 건물 명의자, 건물 소유자, 공인중개사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세입자들은 건물 명의자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는데, 이후 이 건물 소유주가 바뀐 사실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건물이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부산진구·사상구·동구 등지의 4개 빌라 세입자 90명은 소유주 부부가 잠적해 전세금 54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부산시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20일까지 보증금 미반환 등 전세 관련 피해 상담은 모두 674건이 접수됐다.
이승욱 장나래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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