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위탁운영하는 영등포든든어린이집. 서사원 누리집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위탁운영 중인 7개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고 17일 밝히면서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 보육을 맡겨온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사의 안정적인 처우와 질 좋은 보육환경 등이 보장되는 공적 돌봄망에 만족도가 높았는데, 이대로 운영이 종료될 경우 당장 아이를 맡길 마땅한 다른 어린이집을 구하기 어려운데다 ‘돌봄의 질’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등포든든어린이집에 5개월 아이를 맡겨온 김지영씨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든든어린이집은 선생님들이 아이를 위해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고 (다른 곳에 견줘) 신경을 많이 써주는 점이 느껴져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한 곳이다. 시설도 훌륭했다”며 “(든든어린이집이) 5살반까지 운영하고 있어서 쭉 이곳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원장선생님이 그만두고 위탁운영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들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사원은 현재 노원 든든·서대문 든든·새우개 하나·응암 행복·영등포 든든·강동 든든·송파 든든 어린이집 7곳을 위탁운영 중이다. 이곳에는 총 414명의 원아가 다니고 120여명의 교직원(2022년 12월 기준)이 일하고 있다. 서사원이 17일 내놓은 ‘자체 혁신안’에는 어린이집을 서사원이 “별도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며 각 자치구와 협의해 순차적으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장 송파든든어린이집의 위수탁이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이다.
든든어린이집은 보육의 질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야간연장보육이나 장애아·다문화 아동 보육을 제공하고, 교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안정적인 보육환경을 조성했다. 양질의 급·간식도 제공한다. 서사원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평균단가는 4074원으로 서울시 평균단가인 2543원보다 약 1.6배 높다.
맞벌이 부부인 김지영씨는 “주위의 다른 어린이집은 대기인원이 100명이 넘거나 0살반을 아예 뽑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아무런 대책없이 운영 중단하겠다고 하니 우려스럽다. 민간으로 전환할 경우 비용도 올라가고 보육의 질 등을 보장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5살과 18개월 아이를 영등포든든어린이집에 보내온 김선화씨도 “(어린이집의) 설문지를 쓸 때마다 ‘거의 완벽하다’고 답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집이 없어지거나 운영 인력 등이 교체된다고 하면 모든 일상과 보육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선생님의 처우와 전문성, 체계화된 시스템, 예산의 투명한 운영 등이 다른 어린이집과 견줘 큰 장점이라고 꼽으며 “민간 어린이집은 선생님 처우 관련 편차가 크고 불법 리베이트(사례금)를 받는 사건도 있었다. 좋은 모델이 돼야 할 국공립어린이집을 오히려 폐지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일방적으로 공적돌봄을 중단하고 서울시민의 돌봄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사회서비스원은 국가와 지자체게 양질의 돌봄을 직접제공하겠다는 공공돌봄 책임의 의지를 담은 제도적 도구”라며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공적 임무와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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