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등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시 공공돌봄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종료 등의 ‘자체 혁신안’을 내놓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 경영평가에선 오히려 위탁을 늘리라고 주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사원은 서비스의 공공성에서 만점을 받고, 서비스의 질 부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외부의 긍정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사원이 사업을 축소하려는 것은 결국 서울시의 ‘전임 시장 지우기’에 발을 맞춘 게 아니냐는 의심이 한층 커지게 됐다.
19일 <한겨레>가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2022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경영평가 결과’ 내용을 보면 보건복지부는 서사원의 소속 시설 운영에 대해 “단기, 중기, 장기로 시기별·사업별 목표 설정이 구체적이고 로드맵 작성이 우수하다”며 “연간목표 수립 과정에서 지역별 이용자 규모와 특성 등을 반영하며 국공립 어린이집, 종합재가센터 미설치 자치구에 설치하는 세부 방안이 제시되면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7일 국공립 어린이집 7곳의 위수탁을 종료하고, 종합재가센터 12곳을 4곳으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한 서사원의 자체 혁신안과는 정반대다. 서사원은 당시 이 평가에서 에이(A)등급을 받고, 인센티브 1500만원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경영평가는 서울시의회가 서사원 폐지를 요구하며 근거로 삼고 있는 서울시 출연기관 경영평가, 서울시 감사 결과와도 딴판이다. 올해 서사원 예산 100억원을 삭감한 서울시의회는 줄곧 서사원의 운영이 방만하고 조직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을 해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출연금 수입의 비중을 줄이고 재가센터 등 수익사업의 규모를 확대하며,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 증대 노력이 보인다”며 서사원의 비용 절감, 수익 증대 노력을 높이 평가해 가산점을 부여했다. 서울시의회는 임금 구조와 위수탁 사업 즉각 포기 등이 담기지 않았단 이유로 서사원이 지난 17일 내놓은 자체 혁신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실제 어린이집 위수탁 종료는 예산 절감과도 거리가 멀다. 어린이집 운영에 소요되는 출연금은 연간 8억원 정도로, 전체 출연금의 약 6% 수준이다. 어린이집 인건비의 80%는 구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서사원 출연금에서는 20%만 지출된다. 서사원 쪽은 “어린이집 위수탁 사업은 경영 측면보다는 서사원과 방향이 맞지 않기 때문에 중단하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 경영평가는 저희가 제출하는 실적, 숫자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내부 사정까지 들여다보진 않아서 (자체 혁신안에) 크게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에서도 경영평가를 따로 하는데, 서울시 경영평가에서는 저희가 최하 등급”이라며 “서울시 입장에서 저희는 좋은 기관이 아닌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사원의 자체 혁신안을 두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사원이 위탁 운영 중인 구립 응암행복어린이집 교사 서은진(45)씨는 “저희는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모든 보육교사가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다. 이런 자체 노력이 내부 평가에선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영등포든든어린이집 학부모 김지영씨는 “원장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교사가 다른 곳보다 아이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세심하게 돌봐줘 아이를 보냈다. 계속 이곳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원장 교사가 그만두고 위탁 운영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듣게 돼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사원의 행보가 ‘전임 시장 지우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공공위탁 중인 초등돌봄교실·어린이집을 민간에 이전하려 했던 ‘중구형 돌봄’ 중단 사태와 판박이라는 비판이다. ‘중구 직영 돌봄 어린이집 폐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학부모 장선희(47)씨는 “중구에서도 공공위탁을 맡던 시설관리공단에 새 구청장의 측근이 대표로 오더니 ‘시설관리공단은 보육을 하는 곳이 아니다’ ‘예산이 부족하다’ 등의 주장을 하며 공공돌봄을 없애려 했다”며 “서사원도 오세훈 시장의 측근이 대표로 와서 중구 사태 때와 비슷한 이유로 이를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전임자 행정 지우기’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사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19년 보육·방문요양 등 돌봄서비스 분야의 공공 참여 비중 확대를 위해 출범한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이다.
손지민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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