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8일 오전 9시30분께 초등학생 ㄴ(12)군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현관 앞에 자전거들이 놓여 있다. 이승욱기자
초등생 의붓아들을 살해한 40대 여성은 자신의 태아 유산이 의붓아들 때문이라고 생각해 학대행위를 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3일 <한겨레>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ㄱ(43)씨가 처음 의붓아들인 ㄴ(12)군을 학대한 날은 지난해 3월9일이다. 당시 ㄱ씨는 인천 남동구 소래역남로 인근에서 ㄴ군이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드럼 스틱으로 ㄴ군의 종아리를 약 10차례 때렸다.
임신 상태였던 ㄱ씨는 한 달 뒤 유산을 했고, ㄴ군에 대한 학대 행위는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검찰은 ㄱ씨가 지난해 4월23일 공부를 게을리한다며 ㄴ군에게 학습지를 던져 오른뺨에 멍이 들게 한 뒤 학대행위가 본격화됐다고 봤다. 특히 지난해 11월는 무려 15차례나 학대행위를 했다.
검찰은 또 ㄱ씨가 2022년 9월부터 ㄴ군에게 매일 새벽 성경 필사를 시킨 것도 파악했다. 필사는 2021년 3월부터 집중력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시작했지만, ㄴ군이 필사를 마치지 못하면 방에서 못 나오게 하거나 벌주고 때리기까지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 시기에 ㄴ군은 5시간 동안 벽을 향해 무릎을 꿇은 상태로 성경을 필사한 날도 있었다고 한다. ㄴ군은 그의 방에 설치된 ‘홈캠’으로 모든 행동을 감시당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사망 당일인 2월7일에는 ㄴ군이 ㄱ씨의 팔을 붙들고 용서를 빌었지만, ㄱ씨가 밀쳐 뒤로 넘어졌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 학대를 당하면서 2021년 12월 38㎏였던 ㄴ군의 체중은 사망 당시 29.5㎏으로 줄어있었다.
검찰은 친부 ㄷ(40)씨도 ㄴ군의 행동을 전하는 아내와 부부싸움이 잦아지자 가정불화의 원인이 아들이라고 생각해 싫어했고 학대에도 가담했다고 봤다. ㄷ씨는 지난해 4월 ㄴ군의 종아리를 드럼 스틱으로 4∼5차례 때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까지 6차례에 걸쳐 신체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검찰은 ㄷ씨가 ㄴ군의 사망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보고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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