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지난 10일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진귀국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항공편으로 이르면 다음주 초에 입국할 것으로 전해진다.
12일 수원지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태국 현지 경찰에 체포된 뒤 “자진 귀국하겠다”고 당국에 밝혔다고 한다. 현지 수용시설의 열악한 환경 등에 부담을 느끼고, 송환 거부 소송 없이 국내로 입국하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여권 말소로 긴급 여권이 발급되면 입국 절차를 거쳐 항공편으로 입국하게 된다. 쌍방울 쪽은 애초 김 전 회장의 입국일을 13∼14일로 예상했으나, 태국 현지의 긴급여권 발급 절차 때문에 다음주 초로 늦춰지게 됐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과 함께 10일 오후 5시30분께(현지 시각)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현지 이민국에 붙잡혔다. 김 전 회장은 2018~2019년 중국으로 64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70여억원)를 밀반출해 북한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중국 선양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남북경협 사업에 합의한 대가로 이 돈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북한과의 사업 협약 성과 등을 주가조작에 활용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해 5월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싱가포르로 도피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김 전 회장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여권을 무효화 했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도 요청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배임·횡령 사건, 대북송금 의혹 사건 외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을 때 쌍방울이 거액의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다는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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