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세입자들을 울리고 있는 이른바 ‘빌라 왕’ 사건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분양대행업자 ㄱ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2020∼2021년 경기도 구리시 소재 20여 가구 규모의 신축 오피스텔 분양대행을 맡으면서 당시 전셋집을 찾던 임차인들을 ‘빌라의 신’이라고 불린 ㄴ씨 일당에게 연결해주는 수법으로 24명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55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ㄴ씨 일당은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차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속칭 ‘무자본 갭투자’를 해온 이들이다. ㄴ씨 일당은 ㄱ씨 등이 섭외한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임대차 보증금으로 오피스텔 분양 대금을 낸 뒤 건축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임차인들은 ㄴ씨 일당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셈이 됐지만 임대차 보증금은 이미 집값으로 지불되고 ㄴ씨 등의 수중엔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경찰 조사결과, 이같은 분양과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ㄱ씨 등 분양대행업자는 1천만∼2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겼고, ㄴ씨 일당은 분양가보다 많은 임대차 보증금을 받아 소유권 취득하고 300만원 상당의 취득세·등기비까지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에 구속한 분양대행업자들은 전세사기 주범들과 공모해 ‘무자본 갭투자’ 분양구조를 설계한 핵심 피의자다. 수사를 확대해 전세사기 범죄를 엄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사 인력 170여 명으로 꾸린 전세 사기 전담태스크포스(TF)를 꾸려 수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월 ‘빌라의 신’이라고 불린 ㄴ씨 등 일당 중 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국에 빌라와 오피스텔 등 주택을 3400여 채 소유한 상태로, 임대차 계약 종료됐는데도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ㄴ씨 일당의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분양대행업자, 브로커 등 200여명을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 사건은 임대차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편취 금액이 너무 커 아직 피해액과 규모를 정확히 산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들을 상대로 피해 접수를 하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