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청 앞에서 박성훈(가운데) 밀양박씨 규정공파 대종회장 등 종중원들이 추원재 철거 결사반대를 외치며 삭발시위를 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경기도 고양시가 원당 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600년 역사의 밀양박씨 규정공파 두응촌 묘역의 재실인 ‘추원재’에 대한 강제 철거 방침을 세우자 전국의 밀양박씨 후손들이 대규모 항의집회에 나섰다. 지난 6월 추원재 철거를 결사반대하는 내용의 1만7000여명의 서명부를 고양시에 제출한 지 두 달 만이다.
전국의 밀양박씨 규정공파 대종회 회원 1천여명은 23일 오전 10시부터 고양시청 앞에서 추원재 철거반대 항의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앞서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대종회원들은 오전 9시 덕양구 주교동 추원재에 집결해 고양시청까지 풍물패를 앞세워 1.5㎞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날 집회 도중 박성훈 대종회장 등 3명은 “추원재 철거 결사반대”를 외치며 삭발식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밀양박씨 규정공파 종중원 1천여명이 23일 경기도 고양시청 앞에서 추원재 철거 반대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밀양박씨 대종회는 결의문에서 “고양시는 밀양박씨 규정공파 대종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추원재를 일방적으로 재개발사업지에 포함해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며 “무책임하고 안이한 행정으로 200만 밀양박씨 성손들은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밝혔다. 이어 “고양시장은 밀어붙이기식 원당1구역 재개발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추원재가 사업지에 포함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밀양박씨 규정공파 두응촌 묘역(위)과 추원재(아래). 밀양박씨 규정공파 대종회 제공
고양 추원재는 고려말 전법판서 겸 상장군을 지낸 박사경 묘가 1400년대 초 조성된 이래 조선 중기까지 약 200년간 56위의 밀양박씨 선조들을 모시는 두응촌 묘역의 사당이다. 조선 초기에 창건된 뒤 임진왜란, 한국전쟁 등 전란으로 소실과 중건을 거듭하면서 1987년 본채(추원재)와 동재(양덕당), 서재(신의당), 솟을대문(대화문)을 지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에 고양시는 1989년 두응촌 묘역 중 낙촌공 박충원(1507~1581) 묘역을 향토유적 26호로 지정한 바 있다. 묘역에서 출토된 ‘박충원 백자청화묘지’ 8점은 2018년 경기도 유형문화재 318호로 등록돼 현재 경기도박물관에 보관·전시 중이다.
밀양박씨 종중은 재개발 사업 초기인 2009년 이후 여러 차례 추원재 존치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고양시와 경기도, 국토부 등에 제출한 바 있다. 원당1구역 재개발사업은 덕양구 주교동 일원 12만385.8㎡에 26~35층 아파트 17개 동 2600여 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 쪽은 내년까지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2024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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