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빌딩에서 배수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침수된 차가 방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① 9일 0시59분께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에서 60대 남성이 도랑을 건너다가 불어난 물에 휩쓸렸다가 숨졌다. 동행하던 일행의 만류에도 홀로 강가 둑길을 걷다가 미끄러지면서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다.
② 같은 날 아침 8시10분께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 계곡에서 50대 펜션 투숙객이 급류에 휩쓸렸다가 1㎞가량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산책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③ 오후 5시께 원주에선 섬강 주변 벌통을 살피러 간 80대 부부 2명이 연락이 끊겨 경찰 등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중부지방 등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적지 않은 인명 사고가 났다. 중앙정부는 자치단체들의 보고를 받아 주기적으로 인명·재산 피해 현황을 집계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정부의 집계 내용이 달라 혼선을 빚다가 수정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수해 기준을 놓고 해석이 다르거나 피해 정황 파악이 까다로운 사건도 있어서다.
일단 정부의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 지침’을 보면, 인명피해 집계 기준은 본인의 현저한 부주의 및 고의·실수 등 귀책사유가 명백한 사고는 집계에서 빠진다. 입산이나 하천 출입이 통제된 상황에서 이를 무시했다가 발생한 사고나 행정청의 대피 권고를 따르지 않아 발생한 사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②번 사례가 재난 사고 집계에 빠진 까닭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 8일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장 야외에서 철근 절단 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사망 사고와 9일 부천시 송내동 3층 규모 교회 옥상에서 빗물 제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도 모두 재난 사고로 분류되지 않아 사망자 집계에서 빠졌다. 다만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현장 노동자의 업무를 중단하거나 안전조처를 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자치단체와 정부는 종종 상호간 혼선을 빚기도 한다. ①번 사례가 그중 하나다. 이 사고를 접한 경기도는 자연재해 사고로 보고 사망자 집계에 포함했으나 정부는 판단은 달랐다. 그러다 사고 하루 뒤에야 정부와 경기도는 협의를 거쳐 자연재해 사고가 아닌 인적 사고로 분류했다. 양평군 관계자는 “하천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둑길 통행의 위험성이 상당하고, 일행의 극구 만류에도 하천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이런 경위가 뒤늦게 파악되어서 ‘개인 부주의로 인한 실족사’로 재분류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애초 인적 사고로 판단됐다가 사고 경위가 명확해진 뒤 다시 자연재해 사고로 재분류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폭우 피해에선 이런 사례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③번 사례는 자치단체는 판단을 유보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연재해 사고로 분류해 실종자 집계에 포함시킨 경우다. 강원도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실종 사건이고 경찰이 수사 중인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무슨 근거로 ‘하천 급류 휩쓸림’이라고 속단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로선 좀 난감하다”고 밝혔다.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로 분류되면 유족 등은 구호금이나 공공요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을 보면, 구호금과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의연금 등 최대 2천만원과 공공요금 감면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박경우 강원도 재난대응과장은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시군의 조사를 중심으로 인명피해 등을 집계한다”며 “경우에 따라 행정안전부에서 추가 조사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정하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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