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30분께부터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하문터널에서 매연 차량 단속이 벌어졌다. 매연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이정규 기자
“부르릉” 하는 공회전 소리가 울려 퍼지자, 대형 스포츠실용차(SUV) 배기관에서는 새까만 매연이 뿜어져 나왔다. 엔진 분당회전수(RPM)는 4500을 가리키고 있었다. 운전석을 서울시 단속반원에게 내어준 자동차 주인은 초조한 표정으로 차 주변을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단속반원이 기어를 주차(P)에 둔 채 가속페달을 계속 밟자, 자동차 주변으로 검은 매연이 퍼졌다. 숨을 쉬기 곤란해지면서 목 안이 따끔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자동차 주인 임아무개(59)씨의 얼굴에는 어느샌가 미세먼지 마스크가 쓰여 있었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발령된 21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하문터널 앞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 단속이 한창이었다. 예비저감조치는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 가능성이 클 때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등 공공에서 선제적으로 미세먼지를 감축하는 조처다.
배기관에 꽂힌 측정기로 확인된 임씨 차의 매연 농도는 69%였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매연 기준치는 배기량의 20%다. 기준치의 3.5배에 이르는 매연이 뿜어져 나온 것이다. 임씨는 “일주일 전에 정기 차량검사를 받았는데, 그때는 정상 수치였다. 배기관에 낀 매연 덩어리가 측정된 것 같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를 살 때만 해도 자동차 회사들이 독일의 예를 들면서 디젤 자동차가 배기가스 양이 더 적고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했다”며 “다음에는 좀 더 비싸더라도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를 사야겠다”고 덧붙였다. 단속반원은 임씨에게 “10일 이내에 차량검사소에 가서 차를 정비한 뒤, 매연 농도를 줄인 검사 결과를 종로구청에 알려야 한다”며 “매연 농도 기준치를 넘은 차량을 몰래 운전하다가 걸리면, 200만원 이내의 벌금을 물게 된다”고 고지했다. 임씨는 관련 문서에 서명한 뒤, 차를 몰고 사라졌다.
21일 오전 10시30분께부터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하문터널에서 매연 차량 단속이 벌어졌다. 매연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이정규 기자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가량 이뤄진 단속은 대체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집중됐다.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배출가스 5등급 차로 확인된 2008년식 경유차를 세우고, 엔진을 공회전시키자 까만 매연이 차를 덮을 정도로 뿜어져 나왔다. 단속반원들 사이에서 “콜록콜록” 하는 기침소리가 이어졌다. 그들도 눈앞을 가리는 매연에 손사래를 쳤다. 검사 결과 매연 농도는 무려 83%였다. 자동차 주인 김아무개(67)씨는 “오늘 아침에 ‘귀하의 차량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입니다’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며 “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를 사고 싶긴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지원받으면 좀 더 타고 그러지 못하면 폐차하겠다”고 말했다. 단속반원은 맨눈으로도 매연이 확인되는 차는 따로 세워서 배출가스 검사를 했다.
이날 단속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다. 겨울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조처다. 환경부는 전국 17개 시도 지방정부와 함께 이날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전국 530여곳에서 운행차 배출가스 집중 단속을 한다고 이날 밝혔다. 모든 차량 운전자는 이번 점검에 따라야 하며, 점검에 응하지 않거나 기피, 방해할 경우에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한 차량은 15일 이내에 차량을 정비·점검하도록 개선 명령을 받는다. 차량 정비·점검을 하지 않으면 최대 열흘간 운행정지 처분을 받는다. 운행정지 명령에 불응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정규 박기용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