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안개까지 겹친 5일 광주공항에선 여객기의 결항과 지연이 잇따랐다. 연합뉴스
수도권과 충청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5일, 한반도를 습격한 미세먼지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 서남해안에서는 미세먼지가 안개와 섞이면서 바닷길과 하늘길이 막혔다. 상대적으로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왔던 제주에서도 역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이날 “안개와 먼지의 영향으로 시정이 나빠 목포항을 기점으로 하는 여객선 대부분의 발이 묶였다”고 밝혔다. 아침 6시에 26개 항로를 오가는 여객선 47척에 내려진 운항 통제는 정오께 22개 항로 43척으로 다소 줄었으나, 원거리 뱃길은 오후까지도 대부분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흑산도와 홍도, 낙월도와 송이도 등지로 가는 승객들이 오도가도 못한 채 출항만을 기다렸다. 목포운항관리센터는 항로의 가시거리가 1㎞ 이하일 때 여객선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을 운항하는 여객기 10여편도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결항하거나 운항을 지연했다. 광주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제주행 1편이 결항했고, 다른 제주행 3편은 이륙이 지연됐다. 무안공항에서는 제주행 국내선 2편, 일본 오사카와 베트남 다낭으로 출발하는 국제선 2편의 운항이 늦어졌다. 필리핀 세부를 이륙한 여객기는 애초 이날 새벽 5시50분 무안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4시간 늦은 오전 9시45분에야 가까스로 착륙했다. 조선희 전남도 자연재난관리팀장은 “안개에 짙은 미세먼지가 더해지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전남 서남 해안은 지난달 28일부터 엿새째 초미세먼지 특보가 발효 중이다.
제주에서는 이날 아침 6시부터 도 전역에 역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오전 10시 제주시 신제주 지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97㎍/㎥, 미세먼지(PM10) 농도는 149㎍/㎥로 비상저감조치 발령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오종찬 제주도 생활환경팀장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것이 처음이어서 도민들이나 사업장들이 대처가 미흡했고, 이에 대한 현장 점검을 했다”고 설명했다.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서울에서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시중에는 일반 마스크보다 여과 기능이 강화된 ‘코마스크’가 등장했고, 다양한 미세먼지 마스크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정권 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마스크는 개인이 1군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KF80 등급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쓰면 초미세먼지까지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마스크 성능 검사에서 KF80 등급 보건용 마스크가 미세먼지는 물론 초미세먼지도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용 마스크의 성능을 인증하는 마크다. 뒤에 붙은 숫자는 입자 차단 성능을 보여주는데, KF80은 80% 이상, KF94는 94% 이상, KF99는 99% 이상 입자를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광주 제주/안관옥 허호준 기자, 이준희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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