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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천 개학 연기 유치원 2곳…‘대란’ 피했으나 곳곳 혼란

등록 2019-03-04 16:49수정 2019-03-04 20:48

학부모 반발과 정부 강경대응에 돌아서
학부모들, 사립유치원 오락가락에 ‘분통’
경기도교육청 개학연기와 돌봄 61곳 시정명령
4일 경기도 동탄 새도시 내 리더스유치원에서 돌봄을 시행하는 가운데 취재진들이 이곳을 찾았다. 홍용덕 기자
4일 경기도 동탄 새도시 내 리더스유치원에서 돌봄을 시행하는 가운데 취재진들이 이곳을 찾았다. 홍용덕 기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립유치원이 4일 개학연기를 예고한 경기도에서는 상당수 사립유치원이 전날 부랴부랴 학부모들에게 정상 개원이나 자체 돌봄을 알리면서 우려했던 대란은 피했다. 지난 3일 경기 용인 수지지역 등에서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의 행태를 비판하는 규탄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정부의 강경책에 시·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개별적으로 설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하룻밤 사이에 개학과 정상운영을 놓고 사립유치원들이 오락가락하자 “우리가 언제까지 끌려 다녀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4일 오전 찾은 경기 화성시 동탄대로에 위치한 리더스 유치원에서는 이날 등원한 원생들이 교사들과 함께 반별로 활동을 이어갔다. 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 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등원시킨 뒤 자체 돌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더스 유치원은 하루 전날 학부모들에게 통신문을 보내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돌봄 교실을 운영한다는 점을 알리고 도시락을 준비하도록 요청했다.

이 유치원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덕선 이사장이 설립한 원아 350명 규모의 대규모 유치원이다. 이덕선 이사장이 대규모 개학연기를 공언해놓고 정작 뒤로는 자신의 유치원에서 하루 전 돌봄 교실을 학부모들에게 통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리더스 유치원에 돌봄을 받는 원생이 3명이라고 해서 직접 들어가 확인해보니 한 교실에만 3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었다. 개학연기 목소리를 높이면서 하루 전 돌봄 교실을 운영한다고 학부모에게 알렸다니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개학연기에 동참을 선언했던 경기 용인시 수지 신봉동 동아유치원은 개원 하루 전날인 3일 늦은 밤 학부모들에게 정상 개원통보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 유치원에 자녀를 맡긴 한 학부모는 “정상 등원과 함께 정상수업을 하겠다고 알려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봐 마음 졸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4일 오전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용인 신곡초등학교 유치원을 둘러보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 제공
4일 오전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용인 신곡초등학교 유치원을 둘러보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 제공
경기도에서는 사립유치원 1031곳 중 하루 전날까지 개학연기 71곳에 개학연기 여부를 답하지 않은 곳은 42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 현재 성남의 세화유치원 1곳만이 개학을 연기했고 970곳은 정상적으로 운영이 이뤄졌으며 60곳은 돌봄 교실을 운영하면서 유치원 개학연기에 따른 대란은 없었다.

원생 수가 158명인 세화유치원의 학부모들은 ‘오늘 하루만 개학연기하고 5일부터 정상운영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원생 중 40명은 긴급 돌봄 신청해 공립과 단설 유치원에 수용됐다.

인천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사립유치원 1곳이 입학을 연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5일로 예정된 입학일을 6일로 미루되, 자체 돌봄서비스는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유치원은 ‘입학일 변경이 아니라 당초부터 입학일이 4일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교육청은 해당 유치원이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심의 없이 개원 일정을 변경했다면 시정 조처할 방침이다. 또 2곳은 개원 여부를 응답하지 않아 교육 당국이 현황을 파악 중이다. 전날까지 39곳(개원연기 1곳 포함)이 개원 여부에 응답하지 않았다.

인천·경기지역에서 사립유치원 대란이 없던 것은 상당수 개학연기 의사를 지녔던 사립유치원들이 학부모들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유총의 개원 연기에 가장 많은 참여 의사를 밝힌 사립유치원이 몰린 수지지역에선 ‘한유총 소속 수지사립유치원 개학연기 규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수지비대위)’도 꾸려졌다. 박용환 수지비대위원장은 “수지지역 70여곳의 사립유치원 중 절반가량이 개원연기를 통보했으나 3일 규탄 집회 이후 늦은 밤 4~5곳에서 동아유치원처럼 연기 취소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는 개원하되 돌봄서비스만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지 비대위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부모의 삶을 파괴하는 ‘유아교육 농단’ 세력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물론, 등원 거부 운동 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간담회에서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이덕선 한유총 대표를 무서워한다. 듣기로는 비협조적인 유치원에 대해선 ‘배반하는 사람들은 가만 안 두겠다’고 하는 등 황제처럼 군림한다고 하더라. 한유총의 이런 행태는 범죄행위다. 한유총에 대해 법대로 처리할 방침이다. 대화는 없다”고 말했다.

홍용덕 이정하 김기성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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