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강릉 펜션 사고 수습 대책회의. 행정안전부 제공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 고3 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참변을 당했다. 이렇게 겨울철 가스보일러의 배기관에서 일산화탄소가 새어나와 일어나는 사고는 해마다 계속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가스보일러 안전사고 사례를 보면, 지난해 12월5일 대구 동구 한 빌라에서 일가족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있었다. 이들 가족이 살던 빌라에 찾아온 조부모가 쓰러진 가족들을 발견했을 때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4059ppm이었다. 피해를 입은 가족은 사고 5일 전부터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었다. 피해자들이 발견될 당시 가스보일러의 배기관은 보일러 몸통에서 이탈된 상태였다.
2015년 12월9일에도 전북 군산시에서 가스보일러 배기관이 보일러 본체에서 이탈돼 아파트에 살던 2명이 숨졌다. 피해자들은 잠을 자던 중 새어나온 가스로 참변을 당했고, 피해자 1명의 가족이 이들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 사고도 가스보일러 배기관과 본체가 부적절하게 연결돼 일산화탄소가 새나온 경우였다. 2014년 12월22일엔 경남 의령군의 한 빌라에서도 가스보일러 배기관이 보일러 몸통에서 이탈돼 일가족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처럼 가스보일러 사고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이어진 사례는 전체 가스보일러 사고의 74%에 이른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사고 연감 ‘최근 5년(2013~2017년) 가스보일러 사고 현황’을 보면, 가스보일러(도시가스 또는 LPG)로 인한 사고는 총 23건 발생했는데 주된 원인은 배기관 연결부가 이탈됐거나 막혔고(9건), 배기구 설치 기준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4건) 등 시설 미비가 15건(65.2%)이었다. 제품 노후 및 고장은 6건(26.1%), 원인 미상은 2건(8.7%)이었다. 또 지난 5년 동안 가스보일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49명 중 48명(97%)이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이번 가스시설 안전사고는 지극히 단순한 사고인데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이를 우연한 사고로 보면 안 되며 중앙정부나 지자체, 사업장까지 책임 소재를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일러 업체들은 난방 보일러를 가동하는 겨울철이 오기 전에 반드시 육안으로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전문가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보일러 생산업체 ㄱ사 관계자는 “배기관(연통)과 본체 이음새에 틈이 벌어지거나 찌그러진 부분이 있다면 곧바로 전문가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기기 주변에 너무 많은 짐을 쌓아두면 보일러 배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변 정돈 역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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