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치원 3법’에 반발한 사립 유치원들이 폐원으로 맞서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스스로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에 나섰다. 하지만 많은 자본이 드는데다 설립 절차도 까다로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화성지역 학부모들은 지난달 29일 ‘학부모 협동조합 유치원’을 위한 총회를 열었다. 사립 유치원의 횡포로 어려움을 겪어온 부모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으로 유치원을 설립,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총회에 참석했던 장아무개씨는 5일 “학부모들이 오죽했으면 조합을 꾸렸겠는가. 화성에서 회계 비리로 적발된 유치원이 너무 많다. 학부모들은 사립 유치원들이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 나온 학부모들은 “정부나 경기도교육청이 내놓은 국공립 유치원 확충 등은 장기 대책이다. 내년에 당장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할 부모에겐 큰 도움이 못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협동형 유치원은 하남, 광주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한 유치원 학부모들이 중심이다.
하지만 협동조합 유치원을 추진하는 어려움도 크다. 유치원 설립에 필요한 부지 확보, 조합원 모집, 인가 신청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지를 매입해 건축하려면 자본금 부담도 크다. 지난해 11월 규정 개정으로 협동조합이 유치원을 설립할 경우 정부·공공기관의 시설을 임대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공공시설의 임대가 가능한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부모협동형 어린이집을 추진 중인 한 학부모는 “도 교육청이 부모협동형 유치원 추진에 나선 학부모들에게 유치원·어린이집 설치에 따른 컨설팅과 공공임대 시설을 파악해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교육청도 이날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나 구체적인 지원책은 담겨 있지 않았다. 김경성 경기도 교육청 장학사는 “학부모 문의가 많다. 교육청 과별로 부모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6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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