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책에 따른 입장 발표를 예고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연합회 건물에서 입장 발표를 전격 취소한 뒤 앞서 열린 이사회를 마친 유치원 원장들이 삼삼오오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5일 각 지역 교육청이 공개한 유치원 감사결과를 보면,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어린이를 위해 써야 할 나랏돈이나 유치원 예산을 원장이나 설립자 등의 개인 쌈짓돈이나 ‘공돈’처럼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동탄 환희유치원 원장은 교비로 명품 가방을 사거나 유흥가 등에서 7억여원을 사용했다 적발됐다. 또 유치원 예산으로 자신의 아들 대학 입학금과 수업료, 연기 아카데미 비용 등 4천만원을 썼다. 인천 보나유치원 원장은 2012년 설립자 변경을 하면서 유치원 취·등록세와 상속세 8750만원을 유치원 회계로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 그림나라유치원 원장은 2014년 7~8월 한의원 의료비 239만9000원을 유치원 돈으로 지불했다.
교비는 원장·설립자, 그 가족의 금융자산 증식에도 쓰였다. 서울 해림유치원 원장은 2013년 자신의 보험료 100만원과 남편의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료 30만원을 다달이 유치원 운영비로 납부했다. 솔샘유치원 원장은 자신의 배우자를 위한 연금보험을 유치원 이름으로 가입했다.
교비로 비자금을 조성해온 유치원도 있었다. 청주 청남 유치원장은 2016년까지 비자금 3억7500만을 조성해 개인 계좌로 관리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원장은 2013~2015년 소속 교회 장로를 유치원 시설관리인으로 거짓 채용한 뒤 급여 2200만원도 개인이 썼으며, 판공비 명목으로 다달이 20만~50만원을 쓴 것도 드러났다. 충북교육청을 이 원장을 고발 조처했다.
가족들을 위해 교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사례도 다수였다. 동탄 꿈의유치원은 설립자 아들(원장)에게 기본급 월 2천만원, 남편(행정실장)에게 기본급 월 1천만원을 지급하는 등 급여를 과다 책정했다가 적발됐다. 강원도 원주 한아름유치원 원장은 아들의 오피스텔구입비 등으로 2246만6000원, 개인주택과 남편 명의의 농장 등에 1억3213만5540원 등 모두 1억5800여만원을 유치원비로 썼다. 또 강원도 화천 명성유치원은 원장 남편 소유의 종교단체 등에 기부금 등의 명목으로 706만2000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명성유치원 관계자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유치원 행사에 교회 승합차나 교회시설을 사용하면서 그 시설 사용료 명목으로 기부해오다 2013년 5월 교육청 감사에서 부당하다고 지적받아, 그해 8월 유치원 계좌에 전액 환수 조처했다”고 말했다.
시설공사에서도 ‘예산 빼먹기’는 이어졌다. 동탄 나인유치원은 2014년 4400만원에 냉난방 공사계약을 맺었으나, 실제로는 1천만원만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 유정유치원은 5층 가운데 3층까지만 유치원 용도인데도, 설립자는 자신의 어머니 소유의 4∼5층 시설을 공사한 뒤 유치원 회계에서 1억8천여만원을 집행했다.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도 있었다. 안산 청아유치원과 평택 나사렛유치원은 직원들에게 국민연금이나 건강·산업재해보험 등을 가입해 주지 않았다. 반면, 대전 상아유치원은 2015년 6월부터 교직원이 아닌 설립자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576만9720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가 적발됐다.
한편, 경기도 교육청은 25일 ‘사립유치원 안정화 종합대책'을 통해 공립유치원 우선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조사해 최대한 학급을 증설하고, 중장기적으로는 2021년까지 단설유치원 18개원을 추가 설립할 방침이다. 또한, 도 교육청은 “특별한 사유 없이 유아모집 정지, 휴업, 폐원 등으로 유아들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묵과하지 않겠다”며 “유치원에서 반대해 온 회계 관리 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기성 박경만 오윤주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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