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경기 시화지구 간척지 논에서 농작물이 시들어 말라가고 있다. 농어촌공사 제공
정부는 1991~2014년 3967억원을 들여 농지가 부족한 전남 고흥에 간척지를 만들었다. 득량만 쪽에 길이 2873m짜리 방조제를 쌓고 농지 1700헥타르(ha)를 조성했다. 2015년부터 1헥타르에 연 200여만원을 받고 농지를 임대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임대 농지 1660헥타르 중 30~40%에서 작물이 말라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농민들은 “주변에 강이 없어 용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한숨지었다.
충남 태안에서는 2009년 길이 2980m의 둑을 막아 이원 간척지를 조성했다. 지난해 이 곳의 임대 농지 714헥타르는 극심한 가뭄으로 농사를 아예 짓지 못했다. 대부분 토양이 중염류성이고, 담수호의 염도가 높아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조성한 간척지 상당수가 작물이 말라죽는 등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조성한 간척농지는 전남 영암과 충남 당진 등 10곳의 1만3643헥타르에 이른다. 2024년까지는 경기 화성과 전북 군산 등 5곳에 이보다 넓은 1만7145헥타르를 더 조성할 계획이다.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1985~2011년 정부가 1조2859억원 투자해 조성한 농업용 간척지에서 작물이 고사해 임대료를 감면한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해의 경우 임대 농지 9422헥타르의 20.5%인 1943헥타르에서 고사 피해가 발생해 임대료 9억4700만원을 감면했다. 이렇게 최근 3년 동안 감면한 임대료만 33억8400만원에 이르렀다.
재배 작물이 편중된 것도 문제였다. 간척농지의 80%에서 벼농사를 짓고, 20%에선 조사료(섬유사료)를 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벼농사에 집중된 농사를 다른 작물로 돌리고, 비닐하우스 수경 재배나 인근 발전소 폐열 활용 등으로 영농 방법을 다양화하라는 요구가 높다. 박 의원은 “쌀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간척지에서도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영농 기반을 개선해야 한다. 농민들의 한숨이 길어져도 농어촌공사는 용수 공급, 배수 개선, 토양 개량, 침수 방지 등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어촌공사 쪽은 “간척지 표토에 비해 심토의 염도가 높기 때문에 벼농사 외에 다른 농사를 지으면 염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고사율 증가와 농지 나지화 등 악순환을 피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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