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직원들의 친인척 조사 응답률을 두고 연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전체 공사 직원 가운데 11.2%만 설문조사에 응했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공사는 직원 99.8%가 응답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교통공사가 부정확한 통계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 교통공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에 ‘전 직원 1만7054명의 11.2%만 응답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설문조사 결과,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 1285명 가운데 108명이 친인척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전수조사하면 그 규모가 108명의 10배인 1080명으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사와 서울시는 자유한국당이 응답률을 오해하거나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사는 지난 3월 전 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친인척 재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99.8%(1만7045명)가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1912명(11.2%)이 ‘친인척 재직자가 있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날 서울시 국감에서 “(교통공사의 설명을 들은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좌관이 잘못 이해해서 착오한 것 같다”며 “(전 직원 가운데) 108명이 친인척 관계로 드러났다는 것은 아직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서울교통공사가 자초한 면이 크다. 공사 주장대로 설문조사 응답률이 99.8%라 하더라도, 애초 공사가 자유한국당과 언론에 부정확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유민봉 의원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공사 관계자로부터 ‘응답률이 11.2%’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또 자유한국당은 공사 직원이 지난 15일 당직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11.2%가 응답했다. 등록하고 싶은 사람이 등록한 것이라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답변한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근거로 “11.2%의 인원 중 8.4%가 친인척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100%로 환산하면) 전체 인원 가운데 87%가 친인척이란 추론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직원 1만7045명의 84%는 1만4317명이다. 이들을 친인척 관계라고 추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7%가 친인척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언론과 접촉했던 직원이 설문조사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확정적으로 전달했는데 그게 사고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사 직원 개개인이 아닌, 각 부서 단위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일부 직원이 거짓으로 답변했더라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그걸 전수조사라고 하면 안 된다. 부서에서 취합했는데 99.8%가 대답했다는 것 자체도 믿기 힘들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해도 정확하게 대답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공사 인사처장이 아내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을 누락한 데 이어, 현직 간부가 아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지만, 108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지난 20일 드러나면서 설문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상황이다.
설문조사는 내부 인사 참고자료로 삼기 위해 진행한 것이며, 가족 관계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강제 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공사 쪽 항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사 직원들이 채용될 때 작성하는 신원진술서를 통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게 된다. 공무에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법률 검토도 있다”고 꼬집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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