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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구미 “KTX역 신설” 청주·김천 “절대 안돼”

등록 2018-09-13 05:01수정 2018-09-13 10:03

다시 불붙은 KTX역 갈등

애초 고속철 건설 때 도심역 대신
접근성 떨어지는 외곽에 지은 탓
세종시와 청주시 사이에 있는 오송역. 김규원 기자
세종시와 청주시 사이에 있는 오송역. 김규원 기자
고속철도역을 두고 지방정부들 간에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충청권에선 세종역 신설을 두고 세종과 청주 간에, 영남권에선 기존 구미역의 고속철도 연결을 두고 구미와 김천 간에 분쟁이 일어났다. 애초 고속철도를 건설할 때 도심에 있는 기존 역을 사용하지 않고 외곽에 새 역을 건설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충청권에선 세종시가 세종역 설치를 추진하자 오송역을 함께 쓰는 청주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세종시는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케이티엑스(KTX) 세종역 신설을 현안 과제로 제시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시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고 있다”고 세종역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도 “케이티엑스 이동 시간보다 오송역에서 세종시까지 오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빨리 세종역을 설치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사안은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그동안 주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철도시설공단이 서울과기대에 맡긴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 분석(B/C)이 0.59에 그쳐 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세종시는 역 설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남면 발산리 일대 세종역 후보지를 개발행위제한구역으로 묶고, 지난 7월 철도시설공단에 세종역 사전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케이티엑스 세종역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오송역은 18㎞, 세종역 예정지는 6㎞ 정도 떨어져 있다.

충북지역 민간사회단체 회원 등이 2016년 청주 오송역에서 케이티엑스(KTX) 세종역 신설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충북지역 민간사회단체 회원 등이 2016년 청주 오송역에서 케이티엑스(KTX) 세종역 신설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오송역이 속한 충북과 청주는 세종역 설치에 강하게 반발한다. 임영택 충북도 철도팀장은 “오송역이 지척인데 또 역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세종역 예정지는 오송역에서 22㎞, 공주역에서 22㎞다. 철도시설공단이 제시한 적정 역 간 거리(57.1㎞)는 물론 최소 거리(42.7㎞) 요건도 갖추지 못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민주당에 현안 과제 제시
사전 타당성 재조사도 요청
“중앙부처 이동·인구 증가 꼭 필요”

충북·청주, 백지화 요구하며 반발
“광역철도 등 구축으로 해결해야”

구미, 경부선 구미역 정차 추진
현재 역 너무 멀어 바이어도 꺼려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꼭 필요”

김천 “균형발전·고속철 정책 어긋나
유동인구 감소·인구유출 등 우려”

이두영 케이티엑스 세종역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대위 운영위원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으로 세종시를 설계했던 이춘희 세종시장은 수차례 ‘세종역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주민과 공무원 등 지역구의 표만 의식한 역 신설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부고속철도 김천구미역은 구미 시내에서 30㎞, 김천 시내에서 10㎞ 떨어져 있다. 도심지에서 거리가 먼 구미시에서 기존 경부선 구미역 정차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천시가 크게 반대하고 있다. 김천시 제공
경부고속철도 김천구미역은 구미 시내에서 30㎞, 김천 시내에서 10㎞ 떨어져 있다. 도심지에서 거리가 먼 구미시에서 기존 경부선 구미역 정차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천시가 크게 반대하고 있다. 김천시 제공
경북 구미와 김천도 구미역에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구미시는 11일 “지금 김천구미역은 구미시청에서 21㎞나 떨어져 있어 매우 불편하다.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건설 때 고속철도와 기존 구미역을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구미시 쪽은 “김천 보수기지~경부선 구미역까지 2.2㎞를 연결하면 고속철도 구미역 정차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천구미역은 2010년 10월 김천과 구미 사이 김천혁신도시 인근에 설치됐다. 김천 시내까지는 10㎞ 정도 떨어져 있지만, 구미 시내까지는 21㎞나 떨어져 승용차로도 30분이 넘게 걸린다. 구미는 구미역에 고속열차가 정차하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묵 구미시 부시장은 “구미 국가산업단지로의 교통이 불편해 외국 바이어들이 잘 오지 않으려고 한다. 구미 경제를 일으키려면 고속열차 정차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천시의 반발도 거세다. 김천상공회의소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 “구미역 정차는 국토의 균형 발전과 고속철도 정책에도 어긋난다. 김천혁신도시의 유동인구 감소와 인구 유출 등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통대학원장은 “고속철도역을 두 도시 사이에 설치한 애초 계획이 잘못됐다. 하지만 추가 역을 설치하는 것은 고속철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으니 설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애초에 기존 역을 활용하거나 도심에 고속철도역을 신설했어야 하는데 입지를 잘못 결정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 세종시의 경우 도시의 위상도 높고 수요가 있으니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오송역을 기반으로 추진하던 사업들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고려해야 한다. 구미역은 수요가 많은 곳이 아니니 비용 대비 편익을 충분히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대선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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