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모습. 고급 주상복타운이 들어선 이곳의 ㅇ아파트가 올해 부산에서 가장 값비싼 공동주택으로 조사됐다. 부산시 제공
교육 환경 등 입주 여건이 좋아 부산에서 인기가 높은 부산 동래구의 ㄷ아파트는 2011년 전용면적 84㎡를 평균 3억1000만원에 분양했다. 입주 이듬해인 2014년 같은 면적의 7층 아파트 실거래가는 3억4000만~4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분양 7년 만인 지난 6월 해당 층 같은 면적의 아파트는 두 배가 올라 6억1400만원에 거래됐다.
부산에 부동산 ‘광풍’이 몰아친 것은 2014년부터다. 부산의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은 2014년 상반기 749만원에서 2015년 799만원, 2016년 869만원, 2017년 973만원으로 치솟았다. 최근엔 980만원을 찍었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할 때, 4년 동안 3.3㎡당 평균 30.8%나 올랐다. ㄷ아파트와 같은 인기 아파트는 4년 만에 50%까지 올랐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모습. 고급 주상복타운이 들어선 이곳의 ㅇ아파트가 올해 부산에서 가장 값비싼 공동주택으로 조사됐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아파트 분양가도 덩달아 널뛰었다. 3.3㎡당 1079만원이었던 2014년 상반기 평균 분양가는 2016년 1107만원을 거쳐 올해 상반기 1252만원으로 올랐다. 청약경쟁률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2016년 지에스건설이 부산에서 분양한 동래구의 ‘명륜자이’ 청약경쟁률이 523대1을 기록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도 450대1, 남구의 ‘대연자이’ 330대1 등 그해 전국 청약경쟁률 1~3위를 휩쓸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6년 11월과 지난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7개 구·군(기장군, 남·동래·부산진·수영·연제·해운대구)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7개 구·군은 그동안 부산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곳들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 담보 대출금 축소와 분양권 전매 금지, 주택 청약 자격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부산의 부동산 광풍은 다소 가라앉았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아파트 거래량은 2015년 7만1000여건으로 정점을 찍고 2016년 6만1300여건, 지난해 4만2400여건, 올해 상반기 1만8193건으로 꾸준히 줄었다. 미분양 아파트도 지난 1월 2300여채에서 지난달 3200여채로 증가했다. 인기 아파트들의 가격도 제자리거나 소폭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는 중앙정부의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지역 부동산 시장을 장기 침체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도 지난달 24일 7개 구·군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했다.
지난해 11월 부산 연산동의 롯데캐슬 골드포레 아파트 견본주택. 롯데건설 제공
그러나 시민들은 조정대상지역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맞벌이 가장인 김아무개(32)씨는 “지난 4년 동안 부산 아파트값은 미친 듯이 폭등했다. 최근 집값이 안정돼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정부와 부산시가 건설, 부동산 업자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서민 편에 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훈전 부산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도 “주택은 시민들이 살기 위한 공간이다. 최근 부산시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시행 1년 만에 해제를 요구한 것은 지나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국토부는 일광면을 뺀 기장군 지역만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해제하고, 나머지 지역은 집값 상승 요인이 여전한 것으로 판단해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김영동 김광수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