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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개방 6개월 만에 ‘맑은 금강’이 돌아왔다

등록 2018-05-06 17:09수정 2018-05-07 22:17

4대강 중 전면 개방된 세종보 가보니

검은 진흙이 새하얀 모래톱과 자갈로 바뀌어
철새 종류와 개체수도 2배 이상 증가
환경부 “올해 말까지 평가·처리 방안 결정”
지난 4일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한겨레>가 방문한 금강 상류 세종시 연기군 세종보 상류 모습. 개방한 지 여섯 달, 전면 개방한 지 넉 달이 되자 진흙이 가시고 새하얀 모래톱과 자갈이 다시 나타났고 수질도 맑아졌다.
지난 4일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한겨레>가 방문한 금강 상류 세종시 연기군 세종보 상류 모습. 개방한 지 여섯 달, 전면 개방한 지 넉 달이 되자 진흙이 가시고 새하얀 모래톱과 자갈이 다시 나타났고 수질도 맑아졌다.
두 손을 모아 강물을 한 움큼 쥐면 투명한 물이 손에 가득 고였다. 맑은 물이 지나간 강가에는 검은 진흙 대신 새하얀 모래톱와 자갈이 쌓였다. 멸종 위기종인 독수리, 법정 보호종인 흰목몰떼새도 날아왔다.

지난 4일 찾아간 세종시의 금강 세종보 상류에는 하천 생태계가 되살아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금강의 3개 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결정한 뒤 세종보는 올 1월부터 전면 개방됐다. 세종보를 개방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맑은 금강이 돌아온 것이다. 세종보가 닫혀 있던 시절 나타났던 녹조도 찾아볼 수 없었고, 물비린내도 사라졌다.

수문을 완전히 연 세종보를 남서쪽 끝에서 바라본 모습.
수문을 완전히 연 세종보를 남서쪽 끝에서 바라본 모습.
이날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은 기자들과 함께 세종보와 공주보, 백제보(부여) 상류의 금강 수질과 흙의 상태를 현장 조사했다. 정부에서 올해 말까지 공식 조사 결과와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기에 앞서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도 기초자료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3개 보 부근의 모두 5곳에서 물과 흙을 채집했고,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 맡겨 분석하기로 했다.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 개방되지 못한 백제보의 생태계 회복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수문을 모두 개방한 세종보의 상류는 생태계 회복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난 곳이다. 맑은 물이 자유롭게 흘렀고, 강가와 강 가운데 모래와 작은 돌들로 이뤄진 모래톱이 곳곳에 쌓였다. 염형철 물개혁포럼 대표는 “세종보로 막혔을 때는 인근 주민들이 강물에서 악취가 풍긴다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다. 단 6개월 동안 보를 완전히 연 것만으로도 수질과 하천 생태계가 이렇게 회복됐다”고 반겼다.

지난 4일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한겨레>가 방문한 금강의 세종시 세종보 남서쪽의 강가의 모습. 개방한 지 6개월째를 맞아 새하얀 모래톱과 자갈이 강가에 형성됐고, 물도 맑아졌다.
지난 4일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한겨레>가 방문한 금강의 세종시 세종보 남서쪽의 강가의 모습. 개방한 지 6개월째를 맞아 새하얀 모래톱과 자갈이 강가에 형성됐고, 물도 맑아졌다.
해마다 세종보 상류에서 철새 모니터링을 실시해온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한남대 야생조류연구회는 세종보 개방 이후 금강에 날아오는 철새의 종류과 개체수가 증가했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물새 중 얕은 물을 선호하는 수면성 오리의 개체수가 지난해 690마리에서 1266마리로 증가했고, 멸종 위기의 독수리도 지난해 4마리 발견됐다가 올해는 31마리로 크게 늘었다. 보이지 않던 법정 보호종인 흰꼬리수리, 쇠황조롱이, 흰목물떼새, 원앙, 흑두루미도 날아왔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지난해 11월 보 개방 이후 물에 잠겨있던 모래톱과 하중도가 생겨나면서 이를 근거지로 생활하는 조류의 개체수와 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4대강 16개 보를 개방해 수질 개선과 생태계 회복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강은 지난해 11월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세 곳의 보를 열어 단계적으로 수위를 낮추기 시작했다. 지난 1월25일엔 세종보가, 3월15일부터 공주보가 전면 개방됐다. 백제보도 지난해 11월부터 단계적 개방을 시작했지만, 강 주변 농가들이 농업용수 공급이 어렵다는 민원을 제기해 일단 지난해 12월 다시 수문을 닫은 상태다.

지난 4일 ‘금강 현장조사’를 한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가 금강의 세 개 보 인근 다섯 곳(세종보1-세종보2-공주보1-공주보2-백제보)에서 채취한 물과 흙들. 세종보 상류에서 뜬 물이 가장 맑았고 공주보 부근에서 뜬 물이 가장 탁하다.
지난 4일 ‘금강 현장조사’를 한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가 금강의 세 개 보 인근 다섯 곳(세종보1-세종보2-공주보1-공주보2-백제보)에서 채취한 물과 흙들. 세종보 상류에서 뜬 물이 가장 맑았고 공주보 부근에서 뜬 물이 가장 탁하다.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2008년 시작된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는 이들 3개의 보가 건설됐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물을 가뒀다. 물을 가둬 농업용수로 쓰고 수상 스포츠나 수변 활동을 활성화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흐르던 강물을 막자 강가의 모래톱이 자취를 감추고 철새들도 줄어드는 등 급격한 생태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2012년 여름엔 백제보 주변에서는 녹조와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고, 5만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했다. 환경단체들은 아무 쓸모없는 금강의 보를 모두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환경부의 고위 관계자는 “금강 세종보를 보면, 보의 개방은 수질과 구조적 건강성, 생물학적 건강성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 결과가 나타났다. 올해 말까지 개방한 보들에 대해 평가하고 처리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세종/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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