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이재민들을 위한 텐트가 쳐져 있다.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내일이면 벌써 여 온 지 한 달이구만….”
14일 오후 1시께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뒤쪽에 모여있던 할머니 4명 중 1명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침에 따뜻한 물이 잘 안 나와.” 다른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 하나하나 따지면 못산다카이, 어예 집보다 더 좋겠는교.” 또 다른 할머니가 나무랐다.
“그래도 여럿이 같이 있으니께 덜 불안하고 그런 거지 머.” 할머니들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 할머니들은 지난달 15일 포항 북구 흥해읍 망천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이후 한 달째 체육관 생활을 하고 있다.
체육관 1층과 2층에는 텐트 221개가 쳐져 있었다. 텐트가 자리잡은 마룻바닥에는 추위를 막기 위한 두꺼운 매트가 깔렸다. 사람들은 텐트 안에도 매트를 또 깔고 이불을 덮었다. 텐트 안에는 물병, 가방, 옷, 이불 등이 쌓여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온풍기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왔다. 포항에는 지난 12일 최저기온이 영하 8도로 뚝 떨어지며 한파가 찾아왔다.
체육관 안에는 남·녀 화장실과 샤워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아이돌봄방도 있다. 체육관 밖에는 무료급식소, 빨래방, 모여서 쉴 수 있는 만남의 광장 등 대형 천막 20여개가 쳐져 있었다. 지진에 대한 공포는 어느 정도 수그러든 분위기였다. 포항에서는 지난달 15일 큰 지진 이후 여진이 70번 일어났다. 지난 9일 규모 2.3의 여진이 일어난 이후 닷새째 여진은 없었다.
체육관에서 한 달째 머물고 있는 이춘석(72)씨는 “집이 완전히 부서져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국민임대주택 등을 구해 먼저 나갔지만 나는 부서진 집을 수리못해 아직 여기에 있다. 우리 집만큼 좋지는 않아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면서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민들이 보통 낮에는 부서진 집을 정리하는 등 볼일을 보고 밤에는 여기 와서 잠을 잔다. 그런데 요즘은 추워서 밖에 나가기도 힘들다.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했다.
체육관 입구에는 ‘안전진단결과 위험 판정 주택 이재민 입주조건’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건축물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은 이재민에게는 2년 동안 국민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다세대주택 등에서 살도록 지원해준다는 내용이다. 포항시는 모두 539가구가 붕괴 위험이 커서 장기적인 주거시설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277가구에 국민임대주택 등을 마련해줬다. 현재 체육관 등 대피소 6곳에는 모두 558명이 살고 있다.
장숙경 포항시 주민복지과장은 “나머지 이재민 절반에 대해서도 연말까지는 모두 장기적인 주거시설을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집이 부서진 주민들을 위해 집 수리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한 달째 집에 들어가지 못해 힘들고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최대한 주민들을 배려하고 보듬어 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