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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아파트’ 주민들 “붕괴위험 있는데도 아무도 살피지 않아 화가나요”

등록 2017-11-19 01:16수정 2017-11-19 18:05

포항 흥해읍 대성아파트 현장
“주민센터에 전화번호 남겼지만
어떻게 하라는 문자 한통 없어
주말이라 그냥 짐 빼는 거예요”
1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E동 입구 앞에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가득 쌓여있다.
1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E동 입구 앞에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가득 쌓여있다.
“짐 빼러 왔습니다.”

1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E동 입구. 한 주민이 1t 트럭을 몰고 와 이렇게 말했다. 경찰관 2명이 붉은색 폴리스라인을 내려줬다. 빈 트럭이 덜컹대며 E동으로 들어갔다. 빈 트럭이 들어가자마자 살림살이를 가득 실은 1t 트럭 한대가 빠져나갔다. 대성아파트는 붕괴 위험이 있어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 15일 지진으로 E동이 북쪽으로 기우는 등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6개 동에 260가구가 사는 대성아파트(5층)는 1987년 지어져 내진설계가 되어있지 않다.

“큰 것 부터 가져와요.”

E동 앞 주차장에는 살림살이가 실린 트럭들이 가득했다. 추운 날씨 속에 주민 20여명이 아파트 계단을 오가며 집 안에 있던 물건을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E동 앞 주차장에는 세탁기, 선풍기, 텔리비전, 옷걸이, 의자, 침대, 소파 등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급하게 담은 듯 대야에는 그릇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테이프를 붙이지도 않은 종이박스 안으로 자그마한 물건들이 보였다. 쓰레기봉투 안에는 과일과 채소 등 먹다 남은 음식이 들어 있었다.

1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E동이 북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1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E동이 북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주말이라 시간이 있어 그냥 짐 빼는 거에요.”

주민들은 아파트가 언제 무너질지 불안해하며 집 안 물건을 가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을 살피는 공무원이나 전문가는 보이지 않았다. 해병대 군인 10여명만 나와 주민들의 ‘피난’을 도왔다. “아저씨 기자 맞죠? 주민센터 가서 내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지금까지 문자 한통 없어요. 집 안 물건은 언제 빼라는 설명이 있어야지 지금 주민들이 붕괴 위험 있는 집에 들어가 각자 알아서 물건을 빼고 있잖아요. 이런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기사 좀 써주세요. 정말 엉망이고 화가나요.” E동 3층에 사는 어머니 집 물건을 옮기던 딸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지진으로 인해 전기공급이 중지되어 있습니다.’

E동 출입문에는 이렇게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E동의 출입문 6곳 중 몇곳은 유리창이 박살이 나 있었다. 어떤 출입문은 승용차가 들이 받은 것 처럼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E동으로 들어가 계단으로 5층까지 올라가자 집 현관문은 모두 열려있었다. 집 안을 들여다보니 휑했다. 최근 모두 이사를 간 것 같았다. 집 안 장롱과 책상 서랍도 모두 열려있었다.

1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E동 입구 앞에서 주민이 집 안의 물건을 종이가방에 넣어 옮기고 있다.
1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E동 입구 앞에서 주민이 집 안의 물건을 종이가방에 넣어 옮기고 있다.
“오늘 다 못하겠어. 내일 마저 해야지.”

E동 301호에 사는 노기양(70)씨가 힘든 몸을 끌고 3층에 있는 집에서 이불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이불을 둘둘 감아 자신의 1t 트럭 조수석에 이불을 넣었다. 그의 트럭 뒤에는 물건이 가득 찬 종이박스 하나만 달랑 실려있었다. 노씨는 얼마 안 되는 이 짐을 우선 근처에 있는 자신의 컨테이너에 가져다 놓고 흥해실내체육관에 가서 잘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주민들의 ‘피난’을 유일하게 돕던 군인들은 오후 4시께 “복귀해야 한다”며 모두 철수했다. 하지만 몇명의 주민들은 남아 계속 물건을 옮겼다.

이날 밤 11시 기준으로, 포항시는 대성아파트 등 7개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다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또 이번 지진으로 모두 76명이 다쳤고, 17명(중상 5명·경상 12명)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포항시는 흥해실내체육관(730명), 기쁨의 교회(100명), 항구초등학교(90명) 등 11곳에 모두 1044명이 대피해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포항시는 이날 “저녁 7시30분 기준으로 피해액이 396억5200만원”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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