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농민 “무더위에 어떻게 쌓아 두나?”
출하정지·검사기간 길어지면 농가 치명타
출하정지·검사기간 길어지면 농가 치명타
“뜨겁고 습한 날이 계속되고 있는데 낳은 달걀을 그대로 쌓아 두라고요? 답답하기 그지없네요.” 15일 충북 보은의 한 산란계 농장에는 어제(14일) 그제(13일) 닭들이 낳은 달걀이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이 농장은 산란계 30만여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 농장 관계자는 “어제 검사 시료를 가져가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답답하다. 결과가 빨리 나와 출하를 하면 괜찮지만 길어지면 질수록 농가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규모 산란계 농장들은 그날 낳은 달걀을 그날 출하하는 곳이 많아 냉장 시설이 작거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국에서 검삿감이 몰리면서 검사 결과가 늦어지면 농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고, 검사에 통과하더라도 자칫 유통기한에 쫓긴 달걀이 시중에 나갈 수도 있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가 휩쓸고 갔던 농가들은 ‘살충제 달걀’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충북 음성은 지난해 11월16일 전국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했으며, 이후 이웃 괴산·진천 등 충북지역 6곳으로 번져 농장 108곳에서 닭·오리 등 392만마리가 매몰 처분됐다. 당시 닭·오리 사육 기반이 무너졌다가 지난 3월20일께 이동 제한이 풀린 뒤 재기의 몸부림을 쳐왔다. 음성에서 산란계 6000여 마리를 기르는 한 농민은 “우리 농장은 가톨릭농민회와 계약을 해 유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검사 기간이 길어지면 농가에 타격이 클 것이다. 에이아이 때문에 닭·오리 사육기반이 무너지면서 산란계 사육이 줄어 달걀 공급이 차질을 빚었는데 살충제 파문이 길어지면 다시 달걀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5만여 마리를 기르는 음성의 다른 농가는 “정부가 검사 결과를 빨리 내놓아야 농가가 살 수 있다. 농가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의 농민 ㄱ씨도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해 한동안 계사를 비워두다 겨우 8만마리를 입식해 달걀을 다시 생산한지 20일째인데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졌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병아리가 부족해 입식한게 겨우 8만마리다. 달걀이 하루 7만개 정도 생산되는데 요즘 비가 와 날씨가 습해서 상할까 걱정이다. 이상이 없어 출하 중단이 풀리면 다행이지만 만약 출하 중단이 지속되면 큰 일”이라고 걱정했다. 농가들은 피해를 줄이려면 검사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남지역 최대 달걀 공급처인 경남 양산시 상북면의 오경농장 쪽은 “정부의 달걀 출하 중지 조처에 따라 이날 급하게 달걀 출고를 중지했다. 정부의 전수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20만 마리가 넘는 산란계를 두고, 나날이 100만여개의 달걀을 생산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도·소매상, 대형할인점 등에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농장 영업부의 한 관계자는 “달걀 출하가 하루만 중지돼도 농가의 피해는 막심하다. 올해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발생한 살충제 달걀 사태에 갑갑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에서 산란계 8만마리를 키우는 농장의 직원은 “출하가 늦어지면 업체로서는 애로사항이 많다. 우리 농장은 보관창고가 작아서 어려움이 크다. 사흘까지는 어떻게라도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어려움이 커진다. 에이아이 때는 출하가 1주일 넘게 연장돼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오윤주 송인걸 김영동 김기성 박임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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