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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3㎞에 통행료 1300원?…주민 “이 통행료는 배신”

등록 2017-07-25 11:12수정 2017-07-25 16:08

[밥&법] 민자고속도로 이상한 계산법
동의정부~민락나들목 구간
3㎞ 조금 넘는데 1300원
국토부 “주민 부담 최소화” 약속 무색

민자도로 ‘최소운영수입보장’ 탓
사업자, 고금리 차입금 핑계대지만
자기 돈 대출하는 ‘셀프차입’ 많아
법인세 안 내고 고금리 수입 챙겨

전문가들 민자사업 재검토 촉구
“사업권 회수해 도공이 통합운영”
“요금 내리면 이용 늘어 수입 증가
지난달 30일 개통한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모습. 통행요금이 본선 44.6㎞ 기준 3800원으로 결정돼 도로가 지나가는 경기도 구리, 의정부, 남양주, 양주, 포천 등 경기북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포천시 제공
지난달 30일 개통한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모습. 통행요금이 본선 44.6㎞ 기준 3800원으로 결정돼 도로가 지나가는 경기도 구리, 의정부, 남양주, 양주, 포천 등 경기북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포천시 제공

지난달 말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 고속도로가 각각 개통되면서 통행료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민자도로인 구리~포천 고속도로는 본선 44.6㎞ 기준 3800원,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도로(정부 재정으로 건설·관리하는 도로)인 동서고속도로 동홍천~양양 구간은 88.5㎞를 가는 데 4900원으로 통행요금이 책정됐다. 두 도로의 ㎞당 요금이 85.2원과 55.3원으로 30원의 차이가 나면서 형평성 문제가 또 불거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는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재정도로보다 평균 2배 비싸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은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재정도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민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민자도로가 왜 생겨났으며 요금은 왜 비싸게 받는지,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다시 불붙는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논란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구리시와 포천시, 남양주시 등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은 최근 몇년간 통행료를 재정도로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리시민들은 최근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통행료 인하 1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인근 지자체들도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 수도권 규제 등 중첩된 규제로 60년 이상 소외돼온 경기 북부 지역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없다”며 공동 대응 채비를 갖추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0년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과 2012년 착공 당시 한국도로공사 요금의 1.02배 수준으로 정해 이용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공수표를 날려, 주민들의 실망과 배신감은 더욱 크다.

구간별 통행료를 보면, 구리 구간인 남구리~중랑나들목 요금은 1400원(㎞당 263.2원)으로 전 구간 평균요금(85.2원)의 3배에 이른다. 의정부 구간인 동의정부~민락나들목까지 요금은 1300원(㎞당 411.4원), 포천 구간(포천~신북나들목)은 1300원(㎞당 357.1원)으로 각각 4배를 웃돈다. 김종천 포천시장은 “낙후된 지역 사정을 감안해 여러 차례 국토부에 요금 인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간별 요금도 형평에 맞지 않게 불합리하게 책정됐다”고 아쉬워했다.

이 도로는 총사업비 2조8723억원 가운데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55%를 투자했고, 나머지 45%(1조2895억원)는 정부보조금으로 지어졌다. 30년간 민간사업자가 운영을 맡는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민간투자사업이라지만 사업비 중 절반 가까이가 세금이어서 사실상 국책사업인데도 통행료가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물가상승분과 총사업비 증가분 등 요금 인상 요인과 자금 재조달 등 요금 인하 요인을 모두 고려해 결정했으며 요금은 다른 곳과 견줘 싼 편”이라고 반박했다.

강원도민들도 서울~양양 간 동서고속도로(149.9㎞) 통행료 1만1700원이 과도하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 고속도로보다 78.3㎞나 더 긴 서울~남구미(228.2㎞) 구간과 요금이 같고, 서울~부산(394.9㎞·2만100원)이나 서울~광주(292.7㎞·1만5200원) 등과 견줘도 비싸다는 것이다. 동서고속도로 통행료가 비싼 것은 민자로 만든 서울~춘천 구간 탓이다. 2009년 개통된 서울~춘천 구간(61.4㎞)은 민자로 건설돼 통행료가 6800원이다. 반면 동홍천~양양 구간(88.5㎞)은 국비로 건설돼, 도로 길이는 서울~춘천보다 27㎞ 길지만 요금은 1900원 적은 4900원이다.

남부 구간과 견줘 통행요금이 2.6배 비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 구간(36.4㎞)도 경기 북부 주민들의 통행료 인하 운동이 10여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운영 기간 연장 방식의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4800원인 요금을 최대 2900원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2000년 개통한 인천공항고속도로는 16년 동안 투자비(1조4760억원)의 2배가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통행료가 여전히 ㎞당 164원으로 한국도로공사보다 4배 가까이 높다.

통행료 2배 ‘꿩 먹고 알 먹는’ 민간사업자

고속도로 건설에 민간자본이 본격 투입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직후부터다. 민자고속도로는 국가가 전액 투자하는 재정고속도로와 달리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운영되며 민간업체가 30년간 운영한 뒤 운영권이 정부로 귀속된다. 2000년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처음 개통된 이후 재정도로와 견줘 지나치게 높은 통행료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인한 재정 부담, 과도한 차입 이자율 등에 대한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급하게 투자를 유치하려다 보니 사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안겨주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과 함께 대형 건설사, 외국계 사모펀드와 유착으로 특혜를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도 산하 연구기관인 경기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민자도로와 재정도로의 통행료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사업비와 교통량, 자금 조달 비용, 세금, 이윤 등을 고려해 민간사업자가 사실상 요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를 하나의 노선으로 간주해 통행량이 적은 적자 구간에도 동일한 요율을 적용하는 통합채산제로 운영하는 반면, 민간사업자는 원가연동제로 사업비와 교통량에 따라 통행료를 결정하고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요금에 반영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민자도로 통행료가 비싼 원인으로 높은 차입금 이자율을 꼽는다. 이 단체가 최소운영수입보장이 적용되는 민자고속도로 8곳의 차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변제 우선순위를 갖는 선순위채 이자율은 최고 8.62%, 늦게 갚아도 되는 후순위채 이자율은 최고 48%에 이른다. 도로공사가 발행하는 공사채 금리 3%보다 최고 16배가 높다.

민자고속도로는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지은 뒤 대부분 주식을 매각해 현재 국민연금공단, 한국교직원공제회,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등이 최대 주주로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업자는 대주주와 자금 차입처가 같아 자기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수익을 챙겨가는 ‘셀프 차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민간사업자가 통행료를 높게 책정한 것도 차입금 이자를 갚는 데 수입의 대부분을 쓰기 때문이다. 운영사는 수익 미발생으로 법인세도 안 내 고금리 차입은 ‘꿩 먹고 알 먹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86%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은 운영사인 서울고속도로㈜에 최고 48%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8168억원을 받았다. 국민연금공단은 서울외곽순환도로뿐만 아니라 지분 59%를 가진 대구~부산 고속도로 등 다른 민자도로에도 같은 방식으로 모두 1조9604억원의 이자 수익을 챙겼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최대 주주인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에 13.5% 금리의 후순위채로 2144억원을 빌려주고 이자로 4207억원을 받는 등 고속도로 운영 이자 수익으로 5931억원을 챙겼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지은 인천공항고속도로는 2003년 한국교직원공제회(45%)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24%), 교보생명(15%) 등에 지분이 매각됐다.

천안~논산 고속도로 운영사 지분 60%를 가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도 이 도로로부터 3204억원 등 모두 6208억원의 이자를 챙겼다. 이러한 방식으로 전국 14개 민자고속도로 사업자들이 챙긴 이자 수입은 지난해 말까지 4조298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선순위채 금리는 평균 6.3%, 후순위채 금리는 평균 16.3%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 방법이 차입금 이자로 돌려받는 구조로 설계돼 이자율이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최소운영수입보장 적용을 받는 8개 민자고속도로 건설비로 정부보조금 3조6201억원이 투입됐다. 엠아르지는 2015년까지 2조9437억원이 지급됐고 향후 3조1576억원이 더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엠아르지는 2009년 폐지됐지만 이전에 체결된 계약에 대해선 계속 보전해주고 있다. 이들 도로의 통행료 수입은 8조2733억원으로 투자 대비 106% 수입을 거둬 이미 투자금을 회수한 상태다.

특히 민자도로 1호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엠아르지로 16년간 1조4491억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지난해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예측 통행량은 하루 11만2074대였지만 실제는 7만6681대로 68.4%에 그쳤다. 여기에다 이용자에게 받은 통행료 1조8498억원과 인천시가 지역 주민의 이동 편의를 위해 2004년부터 지원한 통행료 373억원을 합해 16년간 전체 매출 3조3662억원을 기록했다. 투자비(1조4760억원)의 2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통행료는 여전히 인천공항~서울 40.2㎞에 6600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971억원을 기록했다. 인천시의회는 “신공항하이웨이는 투자비를 회수하고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둔 만큼 통행료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금 인하 넘어 민자사업 전반 재검토해야

전문가들은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를 위해 도로공사와 통합 운영, 통행료 보조 등 다양한 방안과 함께 사업권 회수 등 사업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기 아주대 교수(경영학과)는 “현행법상 고속도로는 정부 재정으로 건설하고 관리해 무료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며, 재정이 부족할 경우 예외적으로 유료도로를 만들어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 현재 재정 상태가 나쁜 것이 아니고 연기금이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과도하고 불평등한 통행료 부담을 유발하는 민자도로 전반에 대해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통행료가 너무 비싸 휴가철을 빼고는 이용률이 매우 낮다. 요금을 내리면 이용자가 늘어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정부가 무조건 수익을 보장해주니 사업자가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없게 돼 높은 값으로 계속 운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류시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요금을 도로공사 수준으로 맞춰도 협약에서 개통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면 통행료 격차가 불가피하다. 동일한 요금체계를 적용하려면 민자사업자의 사업권을 매수해 도로공사와 통합 운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인천공항철도는 사업 재구조화로 수익률을 12.11%에서 3.19%로 낮춰 7조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류 연구위원은 “현실적 방안으로는 민자도로 이용자에게 요금 격차만큼 통행료를 보조해 도로공사 부채로 쌓아놓은 뒤 재정도로로 편입되면 통행료를 받아 부채를 갚아가는 섀도 톨(Shadow Toll)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서울외곽순환도로 사업 재구조화 방안으로 추진 중인 운영 기간을 최대 50년으로 연장해 요금을 낮추는 방식에 대해선 왜곡된 구조를 그대로 두고 사업 기간을 늘리는 것은 이용자 부담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부)는 “통행료 조금 줄이겠다고 사업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은 작은 이익을 위해 큰 원칙을 버리는 것”이라며 “위약금을 물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계약을 종결하는 방법을 찾고, 신규로 민자고속도로를 짓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국지적 접근이 아니라 일제 잔재를 청산하듯 외국계 사모펀드와 유착 의혹 등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경만 박수혁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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