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겨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 김규원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다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수차례 강조해온 ‘광화문 대통령 시대’의 모습이 어떨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회 중앙홀에서 발표한 취임사에서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권위적인 대통령’에서 벗어나 ‘시민속의 대통령’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겠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서 본 것처럼 더 친근하고 겸손하고 인간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인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는 구상은 아직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광화문 일대의 한 정부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한 대통령실을 모두 옮기겠다는 큰 구상만 나온 상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일단 기존 청와대에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광화문 이전 일정과 관련해 문 대통령 캠프는 “올해 계획을 세우고 내년 예산에 반영해 2018년에 공사를 마친 뒤 2019년께 이전한다”고 선거 기간에 발표했다. 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광화문대통령기획위원회와 역사문화벨트위원회를 출범시킨 상태다.
2년이나 걸리는 이전 일정에서 알 수 있듯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먼저 광화문 일대의 정부청사 가운데 어느 건물로 옮길지부터가 고민거리다. 광화문 일대에는 정부서울청사 본관과 별관, 창성동 별관 등 3동의 정부청사가 있다.
광화문의 정부청사가 정해지면 해당 건물에 대한 상당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통령 집무실에는 외부의 공격이나 침입에 대비한 경호·보안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해당 건물의 유리는 모두 방탄용으로 바꿔야 하고, 지하벙커와 같은 비상 대비 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이전에 따라 기존에 입주해 있던 정부 기관의 이전 계획도 세워야 한다.
해당 건물 외에 주변 지역의 경호 계획도 세워야 한다. 정부서울청사 본관이나 별관은 고층인데다,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아 외부의 공격에 노출돼 있다. 또 정부서울청사 본관이나 별관이 대통령실이 되면 집회시위법에 따라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시위가 상당히 제한된다. 현재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의 재구조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 계획과도 연계해야 한다. 행정자치부의 한 간부는 “광화문 정부청사 일대는 개방돼있고, 사람들의 활동이 많은 곳이어서 기존의 청와대 경호·보안 관행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경호·보안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