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정부의 지방재정개편 계획에 반발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하던 이재명 성남시장.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6년 동안 성남시를 이끌어온 이재명 성남시장은 행정가로서도 타고난 ‘싸움닭’ 기질을 감추지 못한다. 이 시장은 2010년 당선되자마자 개발 위주의 정부 정책에 이끌려 파탄 지경에 처한 성남시 재정 위기를 폭로했다. 이른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이다. 진위 공방도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마다 스스로 ‘곳간’을 정비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때부터 중앙정부와 각을 세웠다.
청년배당 등 과감한 복지…시의회는 대립하며 압박
이 시장은 ‘초호화청사’라는 성남시청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했다. 시청 9층에 있던 시장실을 시청사 현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곧바로 다다를 수 있는 2층으로 옮겼다. 청사 안 공무원 전용 체력단련장(헬스클럽)도 시민에게 돌려줬다.
그래도 이재명의 도드라진 행정은 시민복지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적자를 이유로 도립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킬 때, 이 시장은 “건강한 적자는 자치단체가 감수해야 한다”며 달동네에 500병상 규모의 현대식 시립의료원을 착공했다. 포퓰리즘이란 정부의 비난을 뒤로하고, 그는 청년세대의 온전한 권리라고 주장하며 ‘청년배당’도 실현했다. 이른바 ‘깔창 생리대’ 사연을 접한 이재명은 이를 공론화하고 기초생활수급 청소년에게 생리대 무상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일부 기존 정치인들은 ‘자극적인 사업’이라고 손가락질했지만, ‘시민이 원하면’이란 수식어를 달고 꿋꿋하게 밀고 나갔다. 정부와 수시로 ‘맞짱’을 뜨며 ‘무상교복’과 ‘무상 산후조리지원 사업’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행정가 이재명은 시민들의 두터운 신망과 박수를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비판도 없지 않다. 지방자치의 또 다른 중심축인 지방의회와의 ‘불통’이다. 이 시장은 아직도 주요 정책 시행 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힌다. 2013년에는 의회와의 갈등으로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빚어졌다. 당시 이 시장은 정치력 발휘보다는 시민사회단체를 동원해 의회를 압박하며 대립했다. 그는 ‘시정의 주체인 시민들이 직접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강변했지만, 정작 지방자치의 근간인 대의 민주주의를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개방한 시청사엔 태극기와 세월호 노란 깃발
이 시장은 청렴을 강조하며 시장 집무실에 폐회로텔레비전(CCTV)까지 설치했지만, 정작 선거에서 자신을 도왔던 일부 인사들이 밖에서 금품을 받아 구속되는 등 내부 단속을 치밀하게 하지 못했다는 흠집도 잡혔다.
성남시청에는 여느 관공서처럼 새마을기가 없다. 대신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깃발이 태극기와 나란히 게양돼 있다. 또 시청 광장에는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304개의 깃발과 세월호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1년 가까이 자리잡고 있다. 그 옆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도 있다. ‘시민이 준 권력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시민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이재명의 의지가 담긴 성남 시청사의 모습이다.
성남/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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