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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주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는 경주 지진

등록 2016-09-20 17:20수정 2016-09-20 19:41

20일 오후 2시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2리에서 주민 손일도(83)씨가 지난밤 지진으로 금이 간 자신의 집 외벽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20일 오후 2시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2리에서 주민 손일도(83)씨가 지난밤 지진으로 금이 간 자신의 집 외벽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불안해서 못살겠다.”

20일 오후 3시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2리 마을회관 안에서 만난 이옥선(87)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회관 안에는 다른 할머니 4명이 페트병을 베고 누워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지난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모두 피곤한 기색이다. 지난 19일 저녁 8시33분 경주 내남면에서는 4.5 규모의 지진이 또 일어났다. 12일 저녁 두 차례 큰 지진이 일어난 지 일주일 만이다. 그 사이에도 수없이 많은 작은 여진이 이어졌다.

이씨는 “어젯밤에 집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집이 흔들리고 물건이 떨어져서 깨져 난리가 났다. 이장이 마을회관으로 모이라고 해서 새벽까지 마을회관에서 밤을 지샜다. 아침까지 큰 지진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뛰었다”고 말했다.

이날 마을 골목에선 주민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주민들이 낮에 집에서 잠을 잔 탓이다. 몇몇 나이 든 주민들은 어지럼증과 불면증까지 겪고 있다. 주민 손일도(83)씨는 “지난번 지진이 일어나고 너무 놀라서 그런지 밤에 잠이 오지 않고 어지럼증이 더 심해졌다. 우리 집은 오래 전에 지은 낡은 집이라서 이번 지진 때 금이 많이 갔는데 지진이 올 때마다 무너질까봐 겁이 나서 마을회관에 온다”고 말했다.

이날 마을을 둘러보니 낡은 집들 벽 곳곳에 금이 가 있었다. 길에서 만난 주민 주재준(79)씨가 안내한 그의 집 벽에는 최근 지진으로 생긴 것 같아 보이는 균열이 여기저기 나 있었다. 주씨는 “어제 지진이 일어나고 오늘 아침에 나와 집을 둘러보니 한쪽 벽에 긴 금이 가 있었다. 원전도 근처에 있는데 불안해 죽겠다. 만일 내남면이 아니라 원전이 있는 양남면에서 큰 지진이 나면 경주 시민들은 다 죽는 거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

진원지에서 동쪽으로 27㎞ 떨어져 있는 경주 양남면에는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중저준위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이 몰려 있다. 지난밤 양남면에서도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자 놀란 주민들이 집 밖으로 뛰어나와 근처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밤을 보냈다.

양남면 나아리에 사는 주민 황분희(68)씨는 “일주일 전부터 계속 지진이 이어지고 있어 밤에 주민들 모두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마을 바로 옆에 원전이 있다 보니 지진이 올 때마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19일 지진으로 경북소방본부에는 모두 259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직접 피해 신고는 4건이다. 경주 동천동에서는 목욕탕 굴뚝에 금이 갔고 동부동에서도 2층 주택 굴뚝에 균열이 생겼다는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글·사진 경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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