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공항 건설해 동북아 물류도시 꿈꾸던 부산시 좌절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으로 결정난 가운데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김해공항 확장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안전성과 소음 피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부산시 등은 24시간 운항이 여전히 어렵고 안전성과 소음 피해도 근본적인 해결이 힘들다는 견해다.
22일 부산시의 말을 들어보면 1992년부터 신공항을 추진해 온 부산시와 지역 경제계는 신공항의 첫번째 조건으로 24시간 운항을 꼽았다. 현재 김해공항은 심야·새벽에는 소음 민원 때문에 비행기가 이·착륙을 할 수 없다. 이에 부산시는 바닷가에 있는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강력히 희망했다.
부산시는 인천국제공항처럼 24시간 운영되는 신공항을 지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키우고 싶어했다. 허브공항이 들어선다면 부산신항과 철도 등과 연결할 수 있어 부산이 아시아 물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
부산시의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더라도 소음피해 등으로 24시간 운항이 여전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주 등 중·장거리 국제노선의 신·증편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허브공항 구축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부산을 동북아 최고의 물류대국으로 키운다는 시의 큰 밑그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소음 피해 규모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현재 김해공항 활주로 서쪽에 40도가량 비스듬한 방향으로 3.2㎞의 활주로를 추가로 지을 때 발생하는 소음피해 가구가 1000가구 미만으로 보고 있다. 김해공항 근처에는 현재 702가구가 살고 있는데 김해공항을 확장해도 1700여가구만 소음 영향권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 만드는 활주로는 위에서 보면 ‘브이’자 모양인데 인구 50만명이 넘는 경남 김해 시가지 위로 항공기가 이착륙을 해야 한다. 또 김해공항 남쪽에는 부산시가 에코델타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 등 새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근처를 지나가기 때문에 이곳도 항공기 이착륙 소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에코델타시티에는 주택 3만호가 들어서고 명지국제신도시에도 현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주한 상태이다.
현재 김해공항에는 하루 평균 300여편의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에는 현재 1년에 15만2000차례인 항공기 이·착륙 횟수 수용능력이 29만9000차례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소음피해에 시달리는 김해공항 근처 주민들은 확장안에 따른 소음피해가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이유다. 부산시 강서구 대저2동 월포마을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63)씨는 “30여년 동안 항공기 소음에 시달려왔다. 김해공항이 확장되면 더 많은 항공기가 뜨고 내릴 것인데, 주민 생존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확장 반대 집회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공항 확장 때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해공항 북쪽에는 신어산과 돗대산 등 고정 장애물이 있는데 현재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는 항공기는 남풍이 불면 북쪽으로 선회해 남풍을 받아 착륙하고 있다. 2002년 129명이 숨진 중국민항기 추락사고도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확장안에서 새 활주로를 남풍이 불 때 착륙용으로, 북풍이 불 때 이륙용으로 활용해 장애물 위험이 없다고 하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두 개의 산을 깎아내지 않으면 언제든지 사고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또 부산시는 김해공항 확장안에 따라 에코델타시티·명지국제신도시·부산연구개발특구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확장안에 따른 분석을 진행 중이지만, 부산연구개발특구가 들어설 터가 김해공항 확장 터와 겹쳐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치국 부산발전연구원 항공정책연구센터장은 “소음피해 지역은 정부의 예상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다. 부산시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부산시는 정부로부터 정확한 연구용역 자료를 받아 검토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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