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배기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사체유기)로 긴급체포된 안모(38)씨가 20일 오전 청주 청원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청주지방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3.20. 연합뉴스
네살배기 딸 살해 암매장 사건과 관련해 딸의 주검을 야산에 묻은 혐의로 구속된 의붓 아버지도 숨진 딸 ㅇ양을 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숨진 친모 한아무개(36)씨만 폭행했다던 의붓아버지 안아무개(38)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ㅇ양의 주검을 산에 묻었다는 안씨의 진술도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 조사에서 ‘거짓반응’이 나왔다.
충북 청원경찰서는 23일 충북 진천군 한 야산에서 진행했던 주검 수색을 중단하고, 안씨에게 주검의 소재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곽재표 청원서 수사과장은 이날 오전 수사 브리핑에서 “숨진 친모 말고도 아버지 안씨도 ㅇ양을 한 두 차례 폭행한 것을 확인했다. 안씨는 ‘ㅇ양의 이마를 때렸는데 눈에 멍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추가 학대 혐의를 입증하려고 병원 진료 기록 등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안씨가 폭행 사실을 시인하면서 경찰은 안씨에게 사체유기 혐의 말고도 아동학대 방임·방조(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한씨가 남긴 공책 5권 분량의 메모와 휴대전화 메모 등을 토대로 안씨의 ㅇ양 학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곽 과장은 “메모 내용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안씨가 ㅇ양을 폭행한 사실을 시인했다. 메모와 안씨의 진술이 서로 다른 점 등을 추가 확인해 나가고 있다. 안씨와 한씨가 결혼 뒤 보육시설에 있던 ㅇ양을 데려오면서 가정 불화가 시작됐고, 숨진 한씨가 ㅇ양을 상습 폭행한 점으로 미뤄 안씨도 학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ㅇ양의 주검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고 있다. 자칫 ‘주검 없는 사체 유기’ 사건이 될 가능성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경찰은 안씨가 주검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진천군의 한 야산을 4차례 찾아 16곳을 발굴했지만 주검을 찾지 못했다. 주검의 행방을 찾으려고 지난 22일 시도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거짓 반응이 나오면서 4차례에 걸친 안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은 22일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투입에 이어 23일 오후부터 베테랑 형사 등을 동원해 안씨의 5차 진술을 진행할 참이다.
ㅇ양이 숨진 날과 주검 방치 의혹 등은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욕조에 갇혔던 ㅇ양은 2011년 12월20일께 숨졌으며, 싸늘한 주검은 4일 정도 집에 방치됐다가 23~24일께 어딘가에 유기됐을 것으로 보인다. 곽 과장은 “안씨가 아이가 죽었는데 겁이 나서 며칠지난 뒤 봤다고 했다. ㅇ양이 화요일께 숨졌고, 4일 정도 집에 있었으며 크리스마스 전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이 맞다면 사망 시점은 2011년 12월20일경이며, 유기는 23~24일께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의붓딸 ㅇ양을 암매장한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됐으며, 경찰에서 “아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딸을 욕조에 가두고, 몇 차례 머리를 물에 담갔다”고 진술했다. 친모 한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18일 밤 자신의 집에서 유서 등을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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