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발생 5년 만에 드러난 ‘7살 딸 상해치사·암매장 사건’은 함께 살던 어른들의 상습적인 학대와 묵인의 결과로 밝혀졌다.

경남 고성경찰서는 19일 숨진 김아무개(당시 7살)양의 어머니 박아무개(42)씨와 이아무개(45·여)씨를 상해치사·사체유기·아동복지법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박씨의 친구 백아무개(42·여)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의 언니(50)를 사체유기 혐의, 백씨의 어머니 유아무개(69)씨를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5명은 모두 사건 당시 이씨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살던 어머니 박씨는 2009년 1월 5살·2살이던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해 평소 알던 이씨의 경기도 용인시 집에서 지난해 초까지 살았다. 박씨는 이씨가 운영하던 휴대폰 대리점 사업에 10억원가량을 투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씨의 72평짜리 아파트에는 이씨 남편을 포함해 어른 6명과 어린이 6명 등 이씨와 박씨, 백씨 가족 12명이 함께 살았다.

경찰은 “어른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씨와 백씨의 아이들을 수시로 베란다에 가뒀으며, 이 때문에 아이들이 베란다에서 용변을 보기도 했다. 박씨는 자신의 전 재산을 이씨에게 투자했으나, 이씨의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오갈 곳 없는 처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두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으며, 2011년 10월25일 밤 큰딸을 방안에서 회초리로 30분~1시간 동안 마구 때리고, 다음날 아침에도 의자에 손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뒤 회초리로 30분~1시간 동안 때린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집주인 이씨는 2011년 10월 하순 가구를 긁어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김양을 때리고, 박씨에게 “(딸을) 때리려면 제대로 때려라.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입을 막아서라도 교육시켜라”며 김양을 때려서 훈육시킬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양이 숨진 뒤 함께 살던 이 여성들은 ‘뒷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한 뒤 유씨를 제외한 4명이 함께 김양의 주검을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암매장 당시 작은딸도 데리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함께 살았던 이씨의 남편은 집안에서 일어난 상습적인 아동학대와 김양 폭행치사·암매장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박씨가 큰딸을 회초리로만 때렸는지, 김양의 정확한 사망원인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백골 상태인 김양 주검은 현재 부산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 중이다. 고성/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