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에서부터 ‘보육대란’이 시작돼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0일 도교육청 방촌홀에서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마음 아프지만 (보육대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교육 전체가 무너지고 국가의 미래가 무너진다. 경기도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국가가 5459억원의 (경기도) 어린이집 부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 이제는 대통령이 답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유치원 예산을 어린이집과 6개월씩 나눠 쓰고, 대신 나머지 6개월치를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 교육감이 대통령의 직접 약속이라는 해법을 요구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두번째가 0∼5살까지 확실하게 국가 책임으로 보육하겠다는 것이었다. 국가가 무상보육을 약속한 만큼,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교육부가 교육청에 주는 교부금에서 부담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6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누리과정은) 새누리공약 사업’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번째 이유로 “어린이집 예산 지원은 법률에 정해지지 않아 지원시 위법”이라고 말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교육지원금이다. 교육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 근거해 교부금으로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작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이라 법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정부가 지난해 아예 누리과정 예산을 무리하게 교육청에 100% 위임하면서 일선 교육현장에서의 ‘교육대란’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교육복지 지출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이 2012년 4045억원에서 지난해 1조460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반면 누리과정 사업비를 반영하면서 학교 교육 관련 지원 예산은 대폭 줄어들었고, 교육청 재정 건전성도 흔들리고 있다. 교수학습 활동 지원비는 2012년 6730억원에서 2014년 4665억원으로 30.7%, 평생교육비는 2012년 142억원에서 2014년 111억원으로 21.9%, 학교교육여건개설시설비는 9913억원에서 9262억원으로 6.6%가 줄었고, 공공도서관 예산도 2012년 95억원에서 지난해 66억원으로 무려 20%가 줄었다고 이 교육감은 설명했다. 누리과정이 반영된 2012년 경기도교육청 지방채는 3조2천억원에서 지난해 5조2천억원으로 3년 사이 빚이 2조원이 늘어났다. 이 교육감은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받는 교부금이 봉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공교육이 무너지는 상태에서 국민 다수가 누리과정에 대해 중앙정부 책임이라고 하지 않나. 왜 대통령과 정부, 여당 모두가 나서서 국민 여론은 무시한 채 교육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당장 1∼2개월치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해 보육대란을 막자는 안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이 교육감은 “이준식 신임 교육부 장관이 1∼2개월치라도 빨리 편성해서 보육대란을 막아달라고 하는데, 1∼2개월 후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을 왜 지금은 못하냐”고 반문했다. 또 남경필 경기지사가 최근 910억원의 준예산을 편성해 직접 어린이집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미봉책임,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경기도교육청 제공
이슈누리과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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