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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 의사와의 통화 몰래 녹음하라”
복지부, 일선 공무원에 지시 드러나

등록 2014-03-17 20:38수정 2014-03-18 16:13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3월 9일 시·도지사에게 보낸 ‘업무 연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3월 9일 시·도지사에게 보낸 ‘업무 연락’
‘업무개시명령’ 문건 파장
“확실한 채증 위해” 해명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일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과 원격의료 도입 등에 항의해 집단휴진에 들어간 의사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의사들과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명령 전달 사실을 사진·동영상으로 채증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3·10 집단휴진 시·군·구 대응 지침(최종)’이란 문건을 보면, 복지부는 시·군·구 보건소 공무원에게 휴진 병원을 찾아가 업무개시 명령서를 부착한 뒤 의사 개인 휴대전화로 명령서 내용을 전달하고 “그 내용이 의사에게 도달한 사실을 채증(녹음)”하라고 지시했다. 통화가 어려우면, 문자메시지로 업무개시 명령 내용을 발송하고 수신 확인 기능을 통해 해당 의사가 문자를 읽었음을 확인하고 채증하도록 했다. 이런 방법이 어려우면, 의사 자택 방문도 하라고 했다. 이 대응 지침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9일 시·도지사에게 보낸 ‘업무 연락’(사진)에 첨부됐다.

특히 지침에는 의사들 가운데 ‘중점관리 대상’을 미리 분류해 우선적으로 명령서를 의원 출입문 등에 부착하고 사진·동영상을 촬영하라고 지시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중점관리 대상’ 의사는 집단휴진 참여를 적극 독려한 시·도 및 시·군·구 의사회 회장과 임원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의사회 간부는 “지난 10일 공무원이 업무개시 명령서를 병원 정문은 물론 아파트 현관문에 부착하고, 보건소 홈페이지에도 올려놨다”고 알려왔다고 대한의사협회가 밝혔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공무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의협 지도부를 별도 분류하고 압박한 것도 모자라 회원(의사) 개인과의 통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해 보고하도록 했다니 경악스럽다. 비정상적인 채증 사실을 확인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삼현 변호사는 “정부가 공무원을 동원해 개인 간 녹음 내용을 (휴진) 증거로 삼아 보고하도록 한 것은 민간인 사찰이나 다름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휴진한 의원에 대해 사실 여부를 직접 만나서 확인하도록 하고, 전화 통화가 필요한 경우 확실한 채증을 위해 전화 통화를 녹음하도록 했다. 당사자 사이의 통화 녹음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역에서는 녹음 사실을 통보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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