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예비 법조인인 부산지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공직선거법을 고쳐서 투표시간을 연장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정치권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투표시간 연장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낸 것은 처음이다.

부산·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공익인권법학회 회원 80여명은 20일 성명을 내어 “공직선거법 155조 투표시간 제한 규정을 개정해서 오후 6시까지인 투표시간을 밤 9시까지로 연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투표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정한 것은 투표관리의 행정 편의적 목적만 있는 것일 뿐 일과시간에 투표를 하기 어려운 사정에 처한 많은 노동자의 선거권을 중대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므로 헌법 24조에서 보장하는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현행 공직선거법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통해 선거일을 공휴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관공서에만 적용될 뿐이고, 사실상 사용자와 종속관계에 있는 비정규직과 중소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은 투표시간을 요구하기 어려워 선거권 행사의 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100억원이 추가로 든다는 새누리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주장도 반박했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더라도 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표시간을 3시간 연장하면 약간의 인건비와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영욱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인권법학회장은 “투표시간 연장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은 납세자인 국민이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는 합당한 증가분이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에도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정치권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현준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인권법학회장은 “법을 공부하는 로스쿨 학생들이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받고 있는 부조리한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3~4기 240명 가운데 53명이 활동하고 있는 공익인권법학회의 일부 학생들이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 대학 3~4기 공익인권법학회는 14일 총회를 열어 성명을 결의했다. 이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인권법학회는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3~4기 160명 가운데 30명이 활동하고 있는 공익인권법학회에 연락해 20일 공동 성명을 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