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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이 꿈 키운 축사 옆 비닐하우스 가보니

등록 2012-08-07 19:56수정 2012-08-07 22:29

7일 오후 양학선 선수의 어머니 기숙향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 집 앞에서 언론사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있다.
7일 오후 양학선 선수의 어머니 기숙향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 집 앞에서 언론사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축사 옆 비닐하우스서도 빛났던 ‘금빛 꿈’
고창 2평 단칸방 메달·사진 가득
아버지 “라면은 워낙 좋아해서…”
SM그룹, 주택 지원 등 도움 손길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한국 올림픽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도마의 신’ 양학선(20) 선수의 집은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단칸방이었다. 양학선이 금메달을 딴 다음날인 7일 오후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석교리 남동마을에 있는 그의 집에서 만난 어머니 기숙향(43)씨는 밤새 잠을 설친 피곤한 모습에도 마음만은 뿌듯한 듯했다.

“지난 4일 밤 꿈에 아들이 갖고 있던 메달을 다른 동료들에게 주더군요. 그래서 ‘다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는데 ‘금메달을 딸 것이니까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비닐하우스 안 6.6㎡(2평) 남짓 잠자는 방에 들어서니, 양학선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딴 메달과 함께 가족 사진이 맨 위에 걸려 있었다. 형제 중 차남인 양학선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부모에게 효도하는 아들이었다. 태릉선수촌에서 받은 훈련비뿐 아니라 외부에서 지원받는 돈도 대부분 부모에게 보냈다고 한다.

양 선수의 아버지 양관권씨가 비닐하우스 집 안에서 아들이 딴 메달들을 보여주고 있다.
양 선수의 아버지 양관권씨가 비닐하우스 집 안에서 아들이 딴 메달들을 보여주고 있다.
미장공으로 일하던 아버지 양관권(53)씨는 몇 해 전 공사중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최근에는 오른쪽 손목도 다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허리도 좋지 않아 일을 나가지 못해 2년 전 이곳으로 옮겨왔다.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이곳에 연고는 없지만, 지인의 소개로 이곳으로 귀농해 논과 밭 9000여㎡를 경작하고 있다.

양씨는 두 아들에게 ‘남의 것은 똥이니까, 사기치지 말라’며 엄하게 가르쳤다고 했다. 그는 “라면을 좋아한다고 보도됐는데 못살아서가 아니라 원래 라면을 좋아했고, 요즘 세상에 라면만 먹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학선이가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은 것처럼, 후배 선수들이 닮을 수 있는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훈의 런던이순간] 양학선 “금메달은 엄마 꿈 때문”

비닐하우스 집은 더위를 피하려 검은색 차광막으로 덮여 있었고, 근처에서 닭, 거위, 칠면조, 염소 등을 100여마리 키우고 있다. 아버지는 “학선이가 어쩌다 집에 오면 키우던 가축을 잡아서 영양 보충을 시켰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잠자는 곳 옆에 축사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냄새가 나서 일반 사람은 비위가 상해 못 버틸 텐데도 아들은 잘 참아줬다”고 말했다.

남동마을 들머리 마을회관 앞에는 “학선군 금메달 획득”이라는 펼침막이 전봇대에 내걸렸다. 양학선이 금메달을 왼손에 쥐고서 깨무는 모습도 담겼다.

마을 이장 양영회(64)씨는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는 게 시쳇말로 ‘쪽팔릴’ 수도 있겠지만, 개의치 않는 양 선수의 모습이 기특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주민 김봉임(83)씨는 “양 선수 부모들도 주민들과 잘 어울리고 사람들이 좋다”고 말했다.

양학선의 형편이 알려지자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주택건설업체 에스엠(SM)그룹은 “광주광역시에 신축중인 115㎡ 아파트를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도 양 선수를 후원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고창/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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