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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놀며 배우며 가꾸며…‘참살이 교육’ 하하호호

등록 2011-05-12 15:50수정 2011-05-14 11:46

6~7년 전 폐교 위기에 놓였다가 최근 전입학생이 차츰 늘고 있는 경기도 여주군 송촌초등학교의 3학년 어린이들이 지난 4일 선생님과 함께 만든 화채를 간식으로 먹고 있다.   여주/류우종 기자 <A href="mailto:wjryu@hani.co.kr">wjryu@hani.co.kr</A>
6~7년 전 폐교 위기에 놓였다가 최근 전입학생이 차츰 늘고 있는 경기도 여주군 송촌초등학교의 3학년 어린이들이 지난 4일 선생님과 함께 만든 화채를 간식으로 먹고 있다. 여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 23돌] 행복 365 농어촌 작은 학교의 행복
여주 송촌초등학교에선
밤 10시까지 학교가 ‘돌보미’
악기·사진찍기 ‘원하는 대로’
전학생엔 20만원 장학금도
“우리 학교는 배움으로 가득 찬 놀이터입니다. 때론 학생들의 집과 학원도 되고, 온가족 텃밭이 있는 주말농장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송촌초등학교 이영재 교감은 자신이 몸담은 학교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 학교는 남한강 이포대교를 건너 맛 좋기로 소문난 여주 천서리 막국수촌을 따라 양평군 지평면 곡수리 쪽으로 2.5㎞가량 들어간 곳에 아담하게 자리를 틀었다. 한 학년에 한 학급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에겐 반이라는 개념이 없다.

전교생 58명에 교직원 18명인 이 작은 학교는 이름처럼 학교 뒷동산에는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포근함을 더한다. 지난 2일 오전 이 학교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호미를 든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일찌감치 학년별로 나눠진 텃밭에 나가 밭이랑에서 한바탕 흙장난을 치고 돌아온 어린이들의 모습엔 활기가 넘쳤다. 제 손바닥 둘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호미를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정리하는 이들의 모습에선 어엿함이 배어나왔다.

1947년 대신국민학교 송촌분교로 시작해 1955년 국민학교가 된 이 학교는 한때 학생 수가 400명을 넘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불과 2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여주읍과 양평군, 이천시 등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학생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여주군 송촌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이 지난 4일 학교 텃밭에서 채소에 물을 주고  있다. 여주/류우종 기자
경기도 여주군 송촌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이 지난 4일 학교 텃밭에서 채소에 물을 주고 있다. 여주/류우종 기자

결국 6~7년 전엔 입학 학생 수 미달로 폐교까지 거론됐다. 학교 동문이자 학부모인 지역 주민들이 학교 살리기에 나섰고, 교직원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온종일 즐거운 학교’란 목표를 내세웠다. 모두가 서로를 돌보고 즐겁게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가 되면 자연스레 학생도 늘고 학교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학교의 특징은 ‘돌봄’이다. 일상적인 가르침에 보육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이 학교에선 누구든 원하면 눈을 떠 잠잘 때까지 돌봐준다. 점심은 물론 아침과 저녁 식사까지 꼬박꼬박 챙겨준다. 이런 돌봄 속에서 학생들은 피아노와 플루트는 기본이고 바이올린, 국악기, 카메라 다루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 아침 6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학생들은 각자의 취미와 흥미에 맞춰 15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영어는 덤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친환경·체험학습. 학교 뒷동산 아래쪽에 펼쳐진 4000㎡의 논밭에서 학생들은 감자와 고구마를 심고, 고추와 가지, 토마토를 가꾸며 자연을 배운다. 논에서는 우렁 농법으로 키우는 벼가 자라나고 학생들은 메뚜기를 쫓으며 동심을 키운다.

학교 2층 3~6학년 교실은 ‘아토피 안심 교실’로 꾸몄다. 복도는 대나무를 압축해 만든 강화마루를 깔았고, 벽면은 옥이 들어간 전통 한지로 깔끔하게 도배했다. 김광국 교장은 “농촌에서만 가능한 친환경과 체험이라는 테마를 교육 현장에 접목시켰다”며 “이는 곧 아름다운 인격 형성을 위한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여주 송촌초등학교 최근 전입생 현황
여주 송촌초등학교 최근 전입생 현황

동문회 활동도 주목된다. 3년 전부터 전입하는 학생에게 1인당 20만원의 축하 장학금을 내놓는가 하면, 전교생이 통학할 수 있는 학교버스를 기증하고 연간 2000만원씩 들여 운영하고 있다. 감사와 사랑의 ‘학풍’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런 노력이 입소문을 타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인근 남양주시와 여주읍내는 물론 서울과 강원도 춘천시에서까지 모두 32명의 학생이 전학을 왔다. 올 3월 경기도 시흥시에서 전학온 3학년 이형진(10)군은 “학교에 오면 뭐든 배울 수 있지만, 놀면서 배우는 공부가 참 재미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동문회장을 맡은 신현봉(62·8회 졸업생)씨는 “외부에서 ‘극성맞다’는 소릴 들을 만큼 모든 동문이 모교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제 농촌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 지역공동체의 끈끈한 연결 고리”라고 말했다. 이 학교 운영위원인 류석환씨는 “학부모 대부분이 동문이다 보니 아이들을 그저 학교에 떠맡기기보다는 함께 가르치고 키우는 자세로 학교 일에 적극적”이라며 “모두가 작은 학교에서 희망과 행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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