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교 통폐합
[한겨레 23돌] 행복 365
작은 학교 살리기 역사
82년부터 5653곳 통폐합됐지만
최근들어 정부도 지원정책 병행
작은 학교 살리기 역사
82년부터 5653곳 통폐합됐지만
최근들어 정부도 지원정책 병행
1980년대부터 농어촌 학교의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자, 교육부는 교육재정의 효율적 집행이라는 경제논리를 내세워 1982년부터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4년 1월 경기도교육청이 분교 26곳을 통폐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학생 수 25명인 두밀분교를 폐교했다. 정부의 폐교 조처에 마을 주민들은 “학교를 없애면 마을도 죽는다”며 폐교에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 8명은 본교인 상색국민학교로 편입됐고, 나머지 17명은 폐교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폐교를 막지는 못했지만, 두밀분교 폐교 반대 투쟁은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의 출발점이 됐다. 두밀분교 폐교 반대 운동에 나섰던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당시 폐교 반대 싸움을 통해 이전까지 인정받지 못했던 작은 학교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고, 이후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의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농산어촌 학부모와 주민들은 규모가 큰 학교의 교육 여건이 더 낫다는 생각에 통폐합을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재정 지원을 앞세운 정부의 유도에 따라 지난해까지 모두 5653개 학교가 통폐합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정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수록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도 활발하게 벌어졌다. 폐교 대상 학교의 학부모와 뜻있는 지역주민, 교사가 힘을 합해 입시 위주 경쟁교육의 틀을 깬 새로운 교육적 상상력을 실현하는 학교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충남 아산시 거산초, 전북 완주군 삼우초, 경북 상주시 남부초 등 공교육 안에서 교육실험을 성공시킨 사례가 늘고 있다. 폐교를 막아 작은 학교를 지키자는 운동이 학생들이 찾아오는 작은학교 가꾸기 운동으로 진화해간 것이다. 2005년에는 그동안 작은학교 운동에 앞장섰던 교사들을 중심으로 ‘작은학교 교육연대’가 꾸려져, 작은학교 실험의 경험을 나누고 생태·인권·문화 등 다양한 가치를 내세운 작은학교 운동을 체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성공한 작은 학교로 이름난 학교들은 획일화된 제도교육의 틀을 깨고, 차별화되고 알찬 교육내용으로 지속가능한 학교교육의 성공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길원 성남 보평초등학교 교장은 “이제 작은학교 실험에서 검증된 교육내용과 학교운영 방식을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확산시켜나갈 필요가 있다”며 “작은 학교가 강점을 살려 지속가능한 교육을 해나가려면 교육과정과 인사의 자율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작은 학교에서는 학교장과 교사 등 학교운영의 핵심 주체의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교육의 방향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작은 학교 통폐합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이 거세지자, 최근 정부도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학생 수 50명 미만인 학교에 대해서는 통폐합을 추진하면서도, 2008년부터 학생 수 60~200명인 학교 101곳을 ‘전원학교’로 지정해 3년 동안 모두 139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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